삼성그룹이 지난 2010년 삼성생명 이후 4년 만에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를 잇따라 상장하기로 하면서 침체한 국내 주식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증시 활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주식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최근 삼성그룹주를 중심으로 크게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그룹주의 코스피 시가총액 대비 높은 비중을 고려하면 이 같은 흐름이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에버랜드가 내년 1·4분기에 상장 계획을 밝힌 3일 삼성그룹 주요 상장사들의 주가는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주목할 점은 거래량과 거래대금도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주식시장에서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종합주가지수와 더불어 장세를 판단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주가가 오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증시 활력 측면에서는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늘어야 한다.
삼성에버랜드의 지분 5%를 보유한 삼성카드의 경우 하루 거래량은 85만8,534주, 거래대금은 344억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각각 1,121.65%, 1,086.20% 급증했다. 지분 4%를 보유 중인 삼성SDI의 거래량과 거래금도 각각 1,124.11%, 1,066.46% 늘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도 거래량은 980.04%, 516.54%, 거래대금은 913.11, 441.19% 증가했다. 지주사 전환이 유력한 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는 삼성전자(231.66%, 136.29%)와 삼성생명(474.21%, 385.54%)의 주식 거래도 크게 늘었다. 이밖에 삼성계열사는 아니지만 에버랜드의 2대주주(17%)인 KCC도 이날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각각 1,092.04%, 1,108.33% 급증했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늘어난 것은 삼성그룹주뿐만 아니었다. 3일 코스피 시장 전체 거래량은 2억6,674만5,000주, 거래대금은 4조8,956억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각각 4.35%, 54.55% 증가했다. 삼성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이 삼성그룹주를 뛰어넘어 증시 전반의 활력 증대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올 들어 코스피의 거래량은 2억~2억5,000만주, 거래대금은 3조~4조원 초반대를 오르내리며 부진한 모습을 보여왔다.
거래소 주식시장부의 한 관계자는 "거래량과 거래대금 증가는 투자 심리 회복 측면에서 긍정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면서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의 상장이 본격화하면서 침체된 증시에 온기가 돌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유가증권시장의 삼성그룹 쏠림 현상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된 삼성그룹 계열사는 총 17곳이다. 3일 종가기준으로 이들 계열사의 전체 시가총액은 336조원으로 코스피 시가총액(1,201조)의 약 28%를 차지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입원 소식이 알려지기 전날인 지난달 9일 삼성그룹주의 시가총액은 308조원, 코스피 시총은 1,166조원이었다. 불과 한 달 만에 삼성그룹주의 비중이 약 1.6% 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자의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한 곳의 시가총액만 217조원으로 코스닥 전체 시총의 두 배에 육박한다"면서 "국내 증시의 고른 발전을 위해서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