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박희태 의장“예산 껍데기 심의권 안돼, 예산편성권 국회로 와야”

예산 심의와 삭감밖에 못하는 반쪽 권한 국민 뜻 받들 수 없어<br>“나라예산 잘 짜겠다”고 말하는 게 부끄러워<br>같은 대통령제인 미국 의회처럼 국회가 예산편성권 가져야 권력분립 취지 맞아

박희태(사진) 국회의장은 9일 “국회가 예산의 껍데기 심의권, 더 나아가 예산을 깎을 수 있는 권한만 가지고는 국민의 뜻을 받들 수 없다”며 헌법 개정 때 국회의 예산편성권 확보 필요성을 제기했다. 지금처럼 정부가 새해 예산안을 독자적으로 편성, 국정감사 기간인 10월 초(회기 90일 전까지) 국회에 최종 제출한 뒤 국회의 법정 처리시한인 12월2일까지 심의를 마쳐달라고 하는 상황에서는 국회의 예산 부실심사와 폭력 국회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이다. 박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감이 한창 진행 중일 때 한 달여만에 300조원 가량의 예산과 300조원 가량의 기금운용을 심의하라고 하는데…”라며 이같이 밝혔다. 박 의장은 “같은 대통령제인 미국처럼 의회에서 예산편성권을 가져야 권력분립 취지에 맞고 의회주의가 꽃을 피운다”며 “국민의 심부름을 한다, 나라예산을 잘 짜겠다고 하면서 국회가 예산편성권이 없어 부끄럽다”고 말했다. 국회가 예산편성권을 쥐고 있어야 예산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국민과 지방자치단체 등 국민적 여론광장이 펼쳐지게 되는데 지금은 여당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거의 그대로 통과시켜주고 야당은 그것을 막다가 폭력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의장은 다만 예산편성권의 국회 이관을 위해서는 헌법상 국가재정법을 바꿔야 된다는 점에서 우선 현 제도하에서도 예산심의를 충실히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개헌논의가 시작되면 권력구조는 몰라도 예산편성권만은 국회로 가져와야 한다”며 “(지금 시스템에서도) 정부가 예산안 제출시기를 앞당겨 국회가 9월이라도 심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3월 말 예산 관련 공청회를 열어 국민의 뜻을 반영하도록 정부를 독려하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조기에 가동하도록 할 방침”이라며 “국감기간도 재고(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지금의 제도 하에서 국회가 국민의 의견을 예산에 반영하고 조화의 묘를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가 예산편성 과정을 연초부터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며 “국회가 예산삭감권 뿐만 아니라 예산증액권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박 의장은 최근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비정규직문제를 예로 들며 “정부기관에서도 대부분 비정규직인 청소용역 근로자를 국회에서는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고시와 비고시자의 균등기회도 보장하는 등 서민과 약자에 대한 배려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G20 국회의장회의 등 높은 대한민국의 위상에 맞춰 해외 자원외교와 경제외교 등 의원들의 의정활동에 대한 물적ㆍ제도적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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