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화제] 노동전문 변호사 헌 책방냈다

화제의 인물은 지난 88년 경남 마산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뒤 노동변호사로 이름을 날리던 석진국(39)씨.지난 3월 변호사업무를 그만두고 7월 중순 창원시 중앙동 한 상가에 헌책방을 차린 石씨는 이번의 특이한 변신만큼 남다른 과거를 가지고 있다. 78년 마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해 서울대 이공계에 진학, 천문학을 전공한 石씨는 뜻하지 않게 부친 사업이 실패해 대학을 중퇴하고 사법시험을 준비했다. 이듬해 1차시험에 거뜬히 합격한 石씨는 장학생으로 건국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했고 85년에는 결국 바라던 대로 법관이 되는 영예를 안았다. 88년, 나이 30에 변호사 개업을 한 石씨는 당시 마산에서는 유일한 민변(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로서 전교조 사건, 마창노련 사건 등 사회적 이슈가 됐던 노동문제를 도맡아 노동전문 변호사로 어느 정도 이름을 얻었다. 명예로운 자리로 인식하고 시작한 변호사직이 그야말로 피할 수 없는 비리의 온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 石씨는 30%의 수임료를 사건브로커에게 건네주는 법조관행을 거부하고 대신 헌책을 팔아 버는 30%의 수수료를 선택하기로 했다. 이런 신념에 걸맞게 그는 자신이 개업할 헌책방도 기존의 유통경로를 혁신한 위탁판매 형식을 시도, 고객들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의도로 기획했다. 책을 파는 사람이 가격을 정해 石씨의 「집현전 도서할인매장」에 맡기면 이것이 판매될 경우 책값의 30%만 위탁판매 수수료로 챙기는 방식으로 기존 헌책방의 행태인 헐값에 책을 매집해서 비싼 가격에 파는 형식을 벗어나려고 시도했다. 石씨의 헌책방에서 받을 수 있는 또하나의 특별서비스는 무료 법률상담. 정식 소송의뢰가 아닌 법률상담은 언제라도 환영한다는 石씨는 11년간의 변호사 경력으로 서민들의 고충을 들어주면서 그간 본의 아니게 저질러왔던 수임비리의 대가를 치르겠다고 다짐한다. 石씨는 『변호사를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며 『남들이 부러워하는 일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진정한 자신의 삶을 사는 길』이라고 말했다. 마산=김광수 기자K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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