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 포함 최고위층 전원 사의

■ "계열사 경영 둘러싼 갈등에 지쳤다" … 인적 쇄신 이어질 듯<br>"역할 한계" 불만… 중앙회장과 갈등 암시<br>전산사고ㆍ실적악화 책임에 희생양 관측도


신동규(62ㆍ사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포함해 농협의 최고위층이 전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원병 농협중앙회장과 남성우 축산경제대표 이사는 빠졌다. 겉으로는 "전산망 해킹과 실적이 안 좋았던 것"이 이유지만 내부 권력다툼이라는 분석에서부터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내부 임원을 물갈이하려 한다는 분석까지 온갖 설이 불거져나오고 있다. 곪았던 것이 터진 셈이다.

◇회장과의 갈등… 내부 권력다툼 있었나=NH농협금융의 한 고위관계자는 15일 "신 회장은 농협중앙회와의 관계 설정에 어려움을 겪어 지주회장으로서의 역할 수행이 힘들다는 이유로 이날 자진사임 의사를 밝혔다"며 "이 과정에서 절대 외압은 없었으며 신 회장 본인이 장고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최고위층이 한번에 물러난다는 점에서 배경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실제로 신 회장은 이날 오전 금융지주 임원들을 불러 "고민을 많이 했는데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장의 권한이 있고 (나는) 금융지주 회장으로서 한계가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과 최 회장이 권한을 두고 갈등이 있었을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특히 신 회장의 사의가 주목 받는 것은 농협 측 최고위급 인사들도 신 회장과 함께 물러날 의사를 밝혔다는 점이다.


최 회장은 '친 MB'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농협 내부에서 최 회장의 권한은 막강하다. 감독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나 금융위도 NH금융지주 회장이나 고위직 선출에 전혀 개입하지 못한다. 정부 관계자는 "신 회장이 뽑혔을 때도 담당 부처에서는 사전에 지주 회장이 누가 됐는지 몰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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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정부의 공공기관 교체 바람이 불면서 최 회장의 거취에 시선이 모아져왔다. 이번 집단 사표가 정권 교체에 따른 농협 내부의 교체 바람과 닿아 있다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 고위관계자도 "내부적으로 정권이 바뀐 가운데 내부 정리의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6월 정기 대의원회의에서 신임 여부를 물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결국 전산망 해킹과 실적이 안 좋은 것을 고리로 인적 쇄신의 불이 당겨졌다는 해석이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일부 최고위층의 사표만 수리하고 나머지는 유임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꼬리 자르기 해석도=전산사고 책임론도 나온다. 금융감독 당국의 고강도 제재가 나오기 전에 먼저 직을 내려놨다는 것이다. 농협은 지난해 4월 사상 최악의 전산대란을 일으켰고 지난 3월에도 해킹으로 영업점 창구와 현금자동입출금기 거래가 전면 중단됐다. 김수봉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지난 4월 전산 사태 관련 브리핑에서 신 회장의 징계 여부와 관련해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했다. 금감원은 이후 농협생명에 대해 고강도 검사를 벌였다. 이 때문에 신 회장과 최 회장이 강력한 제재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신 회장은 사석에서 전산 문제 책임론에 대해 "중앙회 차원의 문제를 지주로 떠넘긴다"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을 포함한 임원진이 최 회장을 대신해 물러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농협에 대한 물갈이 요구와 전산사고에 대한 책임이 회장에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물러난 것 아니냐는 얘기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최 회장 대신 신 회장이 물러난 것 아니냐"고 했다.

실적도 썩 좋지 않았다. 농협은 STX그룹에 대출한 금액이 2조2,399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당기순이익도 4,725억원에 그쳤다.

관심은 후임 회장인데 전직 관료나 금융계 인물 가운데 현 정권과 가까운 인물이 선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 우리금융이나 KB회장 등의 후보에 올랐던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권혁세 전 금감원장, 전광우 전 국민연금 이사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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