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상전벽해… 코메르츠방크, 한국에 "사 달라" SOS

유럽 재정위기 못견디고 한국에 "사 달라" SOS<br>KB금융에선 "관심 없다"


대한민국이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에 들어선 직후 달러 기근에 시달리던 지난 1998년 초. 우리 정부는 뜻밖의 낭보에 환호성을 질렀다. 독일의 대형은행인 코메르츠방크가 외환은행에 2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나선 것. 외국 은행들이 한국에서 탈출하던 시절, 코메르츠의 투자소식은 단비였다. 코메르츠는 이렇게 환란 이후 처음으로 국내 시중은행의 최대주주가 됐다. 외국에 팔린 최초 사례였지만 '전략적 투자자'로서 많은 선진기법을 전수했기에 우리에게는 기억이 나쁘지 않다. 곧이어 제일은행을 산 헤지펀드 뉴브리지와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 당시 코메르츠에서 파견된 만프레드 드로스트 부행장을 보좌했던 김상견 현 외환은행 본부장은 "경영방식이 합리적이어서 2003년 10월 론스타에 지분을 팔 때까지 금융산업 발전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떠올렸다. 12년 반이 흐른 뒤 바로 그 코메르츠가 유럽 재정위기의 와중에 이번에는 우리 시중은행에 긴급신호(SOS)를 보냈다. 어윤대 KB지주 회장은 9일 기자들과 만나 " 최근 외국계 투자은행(IB)을 통해 독일 2위 은행인 코메르츠방크 인수제의를 받았다"며 "시가총액이 KB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되는데다 그리스와 이탈리아 익스포저(여신) 규모를 정확하게 알 수 없어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환란 당시 제일ㆍ외환은행 매각과 비슷한 상황이 유럽에서 진행되며 일본계 은행들이 인수에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의 말처럼 유럽계 은행들은 지금 고난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코메르츠의 경우 그리스 자산상각 때문에 3ㆍ4분기 6억8,700만유로에 이르는 손실을 기록했다. 코메르츠는 2008년 9월 경쟁업체인 드레스너방크를 인수했지만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어려움에 빠졌다. 결국 독일 정부로부터 18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아 독일 정부가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다. 코메르츠는 9월 말 기준으로 이탈리아 국채를 79억달러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코메르츠 외에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도 3ㆍ4분기 순이익이 72%나 줄었다고 하는 등 유럽계 은행 대부분에 자본확충이 절실하다. "우리 은행들도 기회가 되면 (유럽계 은행을) 인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는 어 회장의 발언은 이런 현실을 염두에 둔 것이다. 국내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코메르츠의 제의 소식을 듣고 '상전벽해'의 느낌을 받았다"며 "조금만 방심해도 생존이 달라지는 상황이 글로벌 금융산업에 펼쳐지고 있다"고 촌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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