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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충청남도 당진 현대제철 제2 냉연공장.
두루마리 휴지처럼 돌돌 말린 25톤짜리 열연 코일이 곧게 펴지면서 산세 장치를 거치니 울긋불긋 푸석푸석하던 철판 표면이 몰라보게 매끄러워졌다. 염산이 가득한 탱크에 담근 뒤 물로 씻고 뜨거운 바람으로 말리면서 녹과 이물질이 제거됐기 때문이다. 철판은 다시 굉음을 내는 육중한 6개의 롤러 사이를 통과(압연)하며 두께가 3㎜에서 1㎜까지 얇아졌고 겉에 아연을 입히는 도금 작업이 끝나자 어느새 반짝반짝하는 은빛의 냉연코일로 변신했다. 흙먼지를 뒤집어쓴 사람이 목욕탕을 다녀와 말끔해지는 듯했다. 열연코일이 냉연코일로 바뀔 때 겉모습만 보기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가열하고 냉각하는 사이에 가볍고 튼튼한 자동차용 초고장력강으로 탈바꿈한다. 차체 무게를 줄이고 내구성을 강화해 연비와 안전도를 높이는 것이다. 아연을 입힌 도금 강판은 자동차 외판에, 도금하지 않은 일반 냉연강판은 차량 내부에 쓰인다.
현대제철은 이렇게 연간 600만톤의 냉연강판을 만들어 500만톤은 차량용으로, 100만톤은 기타 가전제품용으로 보낸다.
제2 냉연공장 한쪽에서는 도금 강판을 만들 수 있는 50만톤 규모의 용융아연도금라인(CGL) 증설 작업이 한창이었는데 내년 2월 양산에 들어가면 현대제철의 냉연 생산능력은 650만톤으로 확대된다.
자동차용 고강도강판을 중심으로 극저온을 견디는 해양용 고성능 후판, 뜨거운 열에 끄떡없는 건축용 컬러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은 현대제철의 효자들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1·4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증가한 3,405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률은 9.8%까지 올라갔다. 조업 효율성도 좋아졌지만 무엇보다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량 증가가 수익성을 개선을 이끌었다.
현대제철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강도는 높으면서 다루기 쉬운 고망간강이나 초고강도 경량강판, 아연망간도금강판 등 차세대 자동차 강판 개발에 힘써 고부가가치 제품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자동차나 기계의 엔진, 구동제품의 소재인 고강도·고내구성 특수강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채비도 서두르고 있다. 당진공장 한쪽의 특수강공장(연산 100만톤 규모) 신설 현장에는 커다란 장비를 실은 대형 트럭이 쉴새 없이 드나들었다. 이날까지 공정률은 79.9%로 외관 공사는 끝난 가운데 설비 장착, 내부 마감 등의 작업이 진행 중이다. 6월부터 단계별로 시험 가동을 시작해 내년 2월 양산에 돌입하면 현재 세아베스틸 중심의 국내 특수강 시장은 현대제철과 양강 체제로 재편될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오는 28일 주주총회를 열고 현대하이스코와의 합병을 결정한다.
승인되면 7월부로 자산 31조원, 매출 21조원에 해외 13곳의 사업장을 둔 글로벌 철강사로 발돋움하는 만큼 임직원들의 기대도 크다. 현대제철의 한 관계자는 "현대제철이 쇳물을 뽑아내 만든 강판이 현대하이스코의 해외 영업망을 거쳐 세계로 뻗어 간다"며 "철광석이 제품화하는 과정이 하나로 묶여 품질과 영업 경쟁력 모두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