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급매물홍수… 계약포기… 시세곤두박질…/부동산시장 “악재 첩첩”

◎잔금 못치러 새 아파트 텅비기도/수도권 인기지역 프리미엄 폭락/“침체장기화 가능성… 매매 신중을”국제통화기금(IMF)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시장에는 값을 크게 낮춘 급매물이 홍수를 이루고 있으나 거래가 뚝 끊겼다. 어렵사리 아파트를 분양받고도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는가 하면 입주 예정자들이 잔금을 치르지 못해 빈 집으로 남아 있는 새 아파트가 허다하다. 치열한 청약 경쟁으로 높은 프리미엄(웃돈)이 붙어 있던 용인·김포 등 수도권 인기지역의 아파트는 프리미엄이 폭락하고 있으나 팔자는 물량만 쌓일 뿐 사자는 사람이 없다. 아파트값 내림세는 분당·일산·평촌 등 신도시와 서울 목동 등 그동안 오름세를 주도했던 지역에서 두드러진다. 분당 국화부동산 김미라씨는 『47평형 매매가가 2개월 전보다 2천만∼3천만원 내렸으나 사려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큰 평형일수록 하락 폭이 크고 매매 형성률도 낮다』고 말했다. 평촌도 범계동 선경 60평형 매매가격이 지난 11월보다 1천만∼1천5백만원 떨어졌고 급매물이 부동산 중개업소마다 쌓이고 있으나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 목동도 최근 2∼3개월 사이에 소형 평형은 2천만원, 중대형 평형은 3천만∼4천만원이 곤두박질쳤다. 몇년 동안 청약예금에 들었다가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 놓고도 자금 마련이 여의치 않아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 서울 8, 9차 동시분양 아파트에 당첨된 청약자 가운데 20∼30%가 손해를 무릅쓰고 계약을 포기했다. 고려산업개발이 분양한 서초동 아파트의 경우 가장 높은 인기를 모았는데도 정작 1백40가구 중 40가구가 계약을 포기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다 지은 아파트가 빈 집으로 남아 있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입지가 좋은 서울 옥수동, 수원 영통지구 등 최근 준공된 수도권 아파트의 절반 이상이 비어 있다. 금리가 20% 안팎으로 오른데다 신규 대출이 어려워 잔금을 치르지 못하는 까닭이다. 분양이 끝나기도 전에 2천만∼4천만원씩의 프리미엄이 붙었던 용인·김포·남양주지역 아파트도 프리미엄이 폭락하고 거래마저 끊겼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자 분양을 연기하거나 아예 신규 사업을 포기하는 주택건설업체들이 급증하고 있다. 대림·쌍용·청구·우방·동문건설 등 주택업체들은 주택할부금융의 금리 인상 등으로 분양이 순조롭지 않을 것을 우려해 분양을 대거 연기하고 시장추이를 살피고 있다. LG경제연구소 김성식 연구원은 『철저한 자금계획 없이 막연한 기대 심리로 부동산에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쉽다』고 말했다.<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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