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회사에서 파워포인트 자료를 열심히 만드는 일을 맡았다. 하지만 그 자료를 완성할 때마다 상사가 폐기처분시킨다. 그런데도 회사에서는 만족스런 연봉과 복지혜택을 지속해서 제공한다. 과연 당신은 그 직업에 만족할까? 댄 애리얼리 듀크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람들이'공짜 먹이'를 좋아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찾아 먹는 먹이'에 더 만족을 느낀다고 말한다. 아무런 성과 없는 노동은 박탈감만 준다는 것이다. 만약 사람들이 일반적인 통념처럼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라면 성과를 내지 않아도 지속적으로 제공되는 먹이에 만족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생각만큼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지 않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댄 애리얼리 경제심리학'은 행동경제학 분야의 권위자 댄 애리얼리 듀크대 교수가 경제 생활을 중심으로 사람들의 심리를 분석한 책이다. 책은 '거액의 보너스는 오히려 집중력을 익사시킨다', 공짜 먹이보다 찾아 먹는 먹이가 좋다', '사람들은 자기가 만든 것을 과대평가한다'등 사람들의 심리를 분석해 경제 생활에 어떻게 대입해야 하는 지 조언한다. 사람은 똑똑하고 분석적이며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라 근시안적이고 속이 좁고 실수가 많은 존재라고 저자는 말한다. 따라서 완벽하게 이성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쓰기보다 인간의 불완전성을 받아들이고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과 극복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 비이성을 합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기존의 심리학 실험을 바탕으로 작가가 새롭게 만든 실험까지 추가해 보여준다. 사소한 습관부터 데이트 상대의 선택, 직장에서의 동기의식, 물건이나 아이디어에 대한 애착, 적응력, 복수심까지 분석해 사람들의 비이성적인 행동을 소개한다. 예를 들어 저자는 거액의 보너스가 성과향상으로 이어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인도의 노동자들에게 평균 일당 하루치, 일주일치, 5개월치의 돈을 제시하고 같은 과제를 수행하게 한다. 결과는 예상과 달리 오히려 5개월치의 돈이 걸린 사람들이 가장 성과가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나친 압박감으로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던 것. 작가는 이 실험을 근거로 금융권의 고위 임원들에게 높은 보너스를 주는 게 과연 성과로 이어질 지 의문을 던진다. 책은 저자가 실험을 하게 되는 계기부터 그 과정, 그리고 결말까지 이야기하듯 풀어내 딱딱하지 않고 흥미롭다. 단편적인 실험을 복잡한 경제활동에 대입하는 게 무리일 수도 있지만 그가 던지는 의문점들은 충분히 생각해볼 만하다. 1만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