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리뷰] 뮤지컬 '레베카'

음악만으로 만들어낸 팽팽한 긴장감 압권


피도 비명도, 기괴한 공포의 대상도 없다. '실체 없는 존재'는 그러나 이름만으로 모든 장치를 압도하며 관객의 긴장을 요리한다. 지난 6일 개막한 뮤지컬 '레베카'는 대프니 듀 모리에의 원작 소설과 스릴러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의 동명 영화를 세련되게 무대 위로 가져오며 음습한 공포를 재현해냈다.


작품의 큰 줄기는 산 자와 죽은 자의 대결이다. 영국 귀족 막심 드 윈터의 새 부인 '나'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전 부인 '레베카'의 대립이 그것. 망자의 그림자는 나의 등장 이후에도 막심의 맨덜리 저택 곳곳을 지배한다. 무대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 레베카의 존재감을 대리하는 장치는 바로 집사인 댄버스 부인. 날 선 그의 말과 행동은 한 가지 의미만 담고 있다. "누구도 레베카를 대신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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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댄버스 부인의 갈등을 극대화하는 것은 음악이다. 두 사람이 레베카의 방에서 대립하는 장면은 휘몰아치는 음악만으로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 올린다. 댄버스 부인이 '레베카'를 열창한 뒤 무대는 180도 회전하며 바다가 보이는 발코니로 전환되고, 이때 댄버스 부인의 선 굵은 음성과 나의 청아한 고음이 어우러져 '저 바다로 뛰어'를 완성한다. 톤부터 다른 두 목소리는 서로의 빈틈을 파고들어 팽팽한 대립 구도를 만들어 낸다. 노래가 끝난 뒤 배우들이 다음 연기를 시작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시간 갈채가 쏟아지는 이유다.

어둠침침한 기운이 감도는 대형 저택과 반투명 가림막(샤막) 위에 펼쳐지는 바닷가와 숲길 영상 등 무대장치는 묵직한 작품의 분위기를 북돋운다. 장면 전환을 위한 암전과 샤막 활용이 빈번하지만, 매끄러운 연결 덕에 불필요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다만, 일부 듀엣 장면에서 특정 배우의 성량이 다른 배우를 압도해 조화가 이뤄지지 않을 때가 있다. 주요 넘버들도 한 마디 안에 여러 음절의 가사가 들어가다 보니 때론 호흡의 부담이 느껴지지만 배우들의 열연과 열창은 이런 아쉬움을 충분히 덮는다. 지난해 초연에 이어 댄버스 부인 역을 맡은 옥주현은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토해낸다. 11월 9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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