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호랑이 그리려다 고양이 그린 금융위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직을 걸겠다며 강조했던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진일보한 측면도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지엽적인 대책만 나열한 느낌"이라거나 "호랑이 그리려다 고양이를 그렸다"는 등 비우호적인 평가가 많다.


개선안은 경영진, 특히 금융지주 회장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사회의 역할에 힘을 실어줬다. 최고경영자(CEO) 후보 추천ㆍ승계원칙 수립과 공시, 경영진 견제ㆍ감독, 위험관리 정책 수립을 담당하도록 명문화했다. 경영진의 오판과 사금고화를 막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사회와 별도의 집행위원회에 의사결정을 맡겨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사회가 경영에서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낙하산 인사를 차단하기 어려워 보이는 것도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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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안은 금융지주 회장 견제를 명분으로 사외이사의 권한을 강화해놓았다. 계열사 CEO를 넘어 임원까지 추천하도록 함으로써 책임경영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통상 이사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사외이사들이 상호 추천ㆍ연임을 통해 스스로를 권력집단화하는 것을 막는 장치를 도입한 것은 잘한 일이다. 이사회가 매년 사외이사에 대한 신임평가를 하고 2년마다 한번씩 외부평가를 하도록 한 게 그 예다. '거수기 사외이사'라는 오명이 사라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금융위는 CEOㆍ사외이사 임기제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강화, 공익이사 선임을 통한 감시 역할 강화방안 등을 추진하다 뒤로 미뤘다.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팀의 민간위원들이 관치강화를 우려해 반대한 탓이다. 연기금이 주주권 행사에 본격 나서는 등 금융회사 외부의 견제ㆍ감시가 강화되면 관치금융이 심화하거나 지나친 경영간섭으로 흐를 수 있다. 지배구조를 너무 강하게 제한하면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시장의 자율성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 모범규준을 만들어 지키도록 유도한 개선안은 시장친화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다. 금융위는 안팎의 의견을 수렴해 개선안 보완에 전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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