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양계농가는 '깊은 시름'

'닭고기 먹기운동' 가공업체만 배불렸다

“닭고기 먹기 운동이요? 국민들 성원은 고맙지만 이 운동 때문에 닭고기값만 폭등했지 농민들은 아무 도움도 받지 못했습니다.”(두달이 넘도록 유통업체로부터 닭값을 받지 못한 충북의 양계업자 A모씨) 올초 조류독감 여파로부터 양계농가를 구하기 위해 온 국민이 대거 동참한 ‘닭고기 먹기 운동’이 농가가 아닌 대형 닭고기 업체들의 배만 불렸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작 혜택을 받아야 할 전국의 양계농가들은 닭고기값이 폭등한 지금까지도 이들 업체에 납품한 닭값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12일 양계업계에 따르면 이른바 ‘계열(系列)업체’라 불리는 하림ㆍ동우 등 국내 유명 닭고기 가공업체들은 전국의 양계농가와 위탁계약을 맺어 닭고기를 공급받는다. 문제는 계열업체들의 횡포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계열업체들은 ‘계약’을 미끼로 위탁수수료를 제때 주지 않고 이에 반발하는 농가들은 다음 계약을 취소당하기 일쑤다. 일년에 4~5차례 이상 닭을 길러야 수지타산이 맞는 농가들로서는 계약 파기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전북의 양계업자 B모씨는 “지난 7월 납품을 끝으로 계열업체를 바꾸니까 한 계열업체은 7월분 위탁수수료 2,000만원을 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고 토로했다. 전북의 또 다른 양계업자 C모씨는 “한국 최대업체 중 하나인 하림이 ‘회사 사정이 어려우니 닭 운송비의 일부를 농가도 십시일반 부담해야 한다’고 해 지난해부터 운송비의 30%를 강제로 떠안았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조현성 하림 사육관리사업부장은 “우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계열업체들이 경영상 이유로 위탁수수료를 제때 주지 못하고 있다”며 “계열업체 공장과 먼 거리에 있는 농가들이 운송비의 일부를 부담해주지 않으면 아예 계약조차 못할 지경”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내 유명 L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닭값(1㎏당)을 확인한 결과 조류독감 파동이 휩쓸었던 1월 2,200원으로 폭락했다가 닭고기 먹기 운동이 펼쳐진 3월에는 4,200원으로 급등, 11월 현재까지 4,200원을 유지하고 있다. 더구나 하림은 3ㆍ4분기에 1,203억원의 매출액과 9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에 대해 김정주 건국대 생명자원경제학과 교수는 “경영상 이유를 떠나 계약이라는 헤게모니를 쥔 계열업체의 부도덕한 윤리가 이 같은 불공정 관행의 본질”이라며 “계열업체마다 제각각인 계약서를 표준화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관부처인 농림부의 조병임 사무관은 “당사자간 계약 사안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표준 계약서 작업을 주도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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