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평화의 상징 노벨은 무기 제작자였다

■ 워 사이언티스트 (토머스 J.크로웰 지음, 플래닛미디어 펴냄)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은 자신의 형이 세상을 떠났을 때 한 일간지가 노벨이 죽은 것으로 착각하고 '죽음의 상인 숨지다'라는 제목을 달자 자신이 파괴적인 위력을 지닌 무기 발명가로만 기억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자신에 대한 세상의 평판을 어떻게 높일지 고민하던 그는 결국 900만 달러를 내놓아 노벨상 재단을 설립하게 됐다. 생전에 살상 무기를 통해 재산을 크게 불렸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노벨이란 이름은 평화와 기술 진보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 역사ㆍ정치ㆍ종교 등 다양한 분야에 관한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글을 써온 저자가 고대부터 현대까지 전쟁과 관련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거나 신무기를 발명한 과학자 25명의 행적을 뒤쫓았다. 인류사에서 전쟁은 끊임 없이 벌어졌고 그에 따라 무기 기술 역시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 어떤 이들은 강력한 무기가 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었지만 결과적으로 인류는 전쟁에서 해방되지 못하고 있다. "과학자의 잠재력이 지대한 선을 이룰 수도 있지만 반대로 지대한 악을 저지를 수도 있다"고 지적한 저자는 인류사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 기술이 탄생한 배경과 그것을 만들어낸 과학자들의 뒷얘기를 파헤친다. 고대 비잔틴 제국은 일명 '그리스의 불'을 이용해 적을 물리쳤다. 위대한 수학자 아르키메데스는 무기 개발자이기도 했는데, 로마군에 맞서기 위해 투석기를 비롯한 신무기를 고안했다. 한니발은 로마군과 싸우면서 독사를 넣은 항아리를 적에게 던져 혼란을 유도했는데 이는 인류사 최초의 생물학 무기라고 할 수 있다. 헬리콥터를 처음 만든 이고르 시코르스키는 사람을 살리는 데 쓰일 것으로 기대했던 자신의 발명품이 전쟁 무기로 쓰이게 된 것 때문에 말년에 크게 불행해 했다고 한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 유족들은 그가 생전에 모아둔 상당량의 신문 스크랩북을 찾아냈는데 모두 가라앉는 보트나 홍수, 화재로부터 인명을 구조하는 헬리콥터 조종사에 관한 기사였다. 반면 열렬한 민족주의자였던 독일의 화학자 프리츠 하버는 제1차 세계대전 중에 독가스를 개발해 연합군에 살포한 일을 자신의 최대 업적으로 여겼다. 이처럼 자신의 발견이 많은 인류를 살릴 수도,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던 과학자들은 그 쓰임새에 대해 때로는 자긍심을 갖기도 하고 때로는 평생 깊은 죄책감을 시달리기도 했다. 저자는 과학자 25명의 행적을 이야기함으로써 과학과 기술의 모순을 통렬하게 꼬집는 한편 날로 진화하는 무기의 현주소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견해를 드러낸다. 1만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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