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글로벌 증시 패닉] 유럽계 외국인 자금 썰물 이어 美 자금도 국내증시 이탈 조짐


최근들어 유럽 재정위기 속에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유럽계 외국인 자금에 이어 미국 쪽 자금들도 국내 주식시장에서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장기 자금의 성격을 가진 미국계 투자자들은 그동안 유럽 자금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도 국내 주식을 사들였지만 8월 들어 미국 경기 부진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증시가 동시에 흔들리자 국내에서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은 8월 들어 5일동안 1조7,000억원의 누적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7월 한달간 2조1,712억원 누적 순매수를 기록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주목할 점은 그동안 국내에서 줄곧 주식을 사들이던 미국 자금이 ‘셀 코리아’ 대열에 합류했다는 점이다. 미국 자금은 7월에는 5,215억원을 사들였지만 8월들어 5일 동안 3,431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유럽국가 중에는 영국이 4,024억원, 룩셈부르크가 2,108억원, 독일이 325억원을 순매도했다. 유럽국가 전체로는 7,654억원의 순매도다. 중국이 지난 7월에 이어 8월 들어서도 567억원을 순매수하고는 있지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큰 힘은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유럽 재정위기 확산과 미국 경기 둔화 우려감으로 자금경색이 예상되면서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대거 팔아 치우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신동석 삼성증권 거시경제 이사는 “유럽의 재정위기가 이탈리아나 스페인으로 전염될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면서 국내의 유럽계 자금이 급속히 이탈하고 있다”며 “유럽중앙은행이 시장에 적극 개입하는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유럽자금의 이탈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장기성 자금으로 분류되는 미국계 자금마저 이탈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전체 외국인 자금중 약 42%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계 장기성 자금은 지난 2007년 이후 약 42%의 투자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미국과 유로존 위기가 확산되면 미국계 장기성 자금의 이탈 여부가우려되고 있다”며 “자금이탈 규모 및 여부에 따라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자금까지 이탈하면 기관과 개인자금의 이탈 가능성이 크고, 주가의 추가 하락시 기관의 로스컷물량 및 개인 투매성 물량이 급증하면 증시의 일대 패닉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이다. 금융감독 당국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자금이 국내에서 차지는 비중은 절대적이기 때문에 자금이탈 추이를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외국인의 이탈이 다소 진정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분석을 내놓기도 하지만 미국과 유럽자금 중 어느 것 하나라도 수급을 대체할 세력이 없는 상황이어서 장담하기 어렵다는 반박도 나온다. 홍순표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유럽자금은 현지의 자금경색으로 우리나라에서 자금을 빼고있는 상황이고, 미국의 경우도 주가가 급락하면 펀드환매 요청이 몰릴 수 있어 자금확보 차원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매도관점을 유지할 것”이라며 “그만큼 외국자금의 컴백이 늦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럽계 자금이 빠져나가면 이를 대체할 뉴머니가 들어와 줘야 하는데, 아직은 바닥을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속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오 팀장은 “8월 들어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2조원 수준으로 역대 단기이탈 규모에 근접해 있어 이탈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은 할 수 있지만, 유럽자금이 해외에서 주식 등을 대거 팔아치우고 있는 상황이어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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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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