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전기·도로·통신시설 초토화… 2004년 쓰나미 재연

■ 슈퍼 태풍 필리핀 강타… 1만명 이상 사망<br>순간 풍속 시속 379㎞ 태풍 경로 건물 80% 파괴<br>거리에 시체 나뒹굴어<br>갈증·허기 시달린 주민… 상점 약탈 등 치안 불안 고조<br>국제 사회 앞다퉈 구호 손길


필리핀 중부 지방 관통…“쓰나미와 같았다””모든 시스템 붕괴”

‘슈퍼 태풍’ 하이옌(Haiyan)이 할퀴고 간 필리핀에서 사망자가 최대 1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사상 최악의 태풍 피해가 예상된다. 필리핀을 초토화시킨 하이옌은 11일 베트남 북부지역에 상륙할 것으로 보여 추가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외신들에 따르면 최대 순간풍속이 시속 379㎞에 달해 관측 사상 가장 강력한 태풍으로 기록된 하이옌은 지난 8~9일 필리핀 중부 지방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정통으로 관통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태풍 이동경로에 위치한 지역에서는 건물의 70~80%가 파괴됐다.

필리핀 현지 언론 인콰이어러는 이날 “태풍이 덮치고 간 타클라반시 거리에는 시체가 수도 없이 나뒹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부 레이터 주의 도미닉 페틸라 주지사는 9일 밤 열린 긴급 대책회의에서 하이옌으로 인해 1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인구가 가장 밀집한 레이터 주 타클로반을 중심으로 상정한 것으로, 필리핀 전체 인명 피해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전날 피해현장을 둘러본 세바스천 로즈 스탐파 유엔 재해조사단장 역시 약 22만명의 인명을 앗아간 2004년 인도양 쓰나미 직후와 비슷한 규모의 피해가 났다고 말해, 향후 인명피해가 늘어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타틀로반에 인접한 수마르섬의 피해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관리에 따르면 10일 시점에서 300명의 사망자가 확인됐고 2,000명이 실종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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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전기, 통신, 수도, 공항 등 주요 인프라시설이 파괴되면서 현지 주민들의 불편도 극에 달하고 있다. 타클라반의 피해 현장을 둘러본 마르 록사스 내무부 장관은 “모든 시스템이 붕괴됐다. 물도, 전원도, 통신수단도 없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이번 태풍으로 알바이 등 36개주에서 약 428만명이 피해를 입었으며, 34만2,000명이 공공대피소 신세를 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도로, 교통 등 인프라시설 파괴로 현장접근이 어려워지면서 구조의 손길도 늦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갈증과 허기에 시달린 주민들이 상점을 약탈하는 등 치안 불안도 고조되고 있다. 록사스 장관은 이날 베니그노 아키도 3세 필리핀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피신해 있던 주민들이 태풍이 지난한 이후 거리로 나와 슈퍼마켓과 대형마트 등에서 음료와 음식물을 도둑질해가고 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대규모 피해가 예상되긴 했지만 사상자 숫자가 충격적으로 치솟은 이유는 강한 돌풍으로 인해 폭풍 해일이 일면서 침수 피해가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수마르 섬 관리에 따르면 지난 8일 태풍이 섬을 강타했을 당시 해변 인근 지역의 수위가 6m 이상 높아졌다. 특히 인구가 밀집한 저지대 해안도시인 타클로반의 인명피해가 컸다. 타클로반 공항의 한 관계자는 “마치 쓰나미와 같았다”며 “물이 4m까지 가량 차올라 유리창문을 통해 겨우 탈출하고 한 시간 동안 건물 기둥에 매달려 구조를 기다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필리핀을 초토화시킨 하이옌은 10일 남중국해를 통과해 서북진하고 있어 베트남과 중국에 초비상이 걸렸다. 하이옌은 필리핀 열도를 지나며 다소 세력이 꺾였지만 여전히 시속 200㎞ 이상의 위력을 유지하고 있다. 하이옌은 11일 오전 10시께 베트남 북부지역에 상륙해 강풍과 함께 하노이 등 북부지역에 최고 300㎜에 달하는 폭우를 뿌릴 전망이다. 또 베트남과 중국의 접경 인근인 광둥성과 하이난성도 태풍의 영향권 들어 해안을 중심으로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진 상태다.

한편 필리핀의 참혹한 현장의 모습이 전해지면서 국제사회는 필리핀 구호를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미 국방부는 해·공군의 헬리콥터와 항공기 등 인양·수송장비와 해양 수색·구조장비를 임무에 현지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구호자금 49만 달러를 즉시 전달하고 추가적인 지원 의사를 밝혔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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