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대란, 통상전쟁 치닫나" 촉각
달러화 끝없는 추락…지구촌 경제 파장
유럽을 방문중인 존 스노 미국 재무장관이 달러약세를 계속 용인할 뜻을 내비치면서 자국환율을 방어하기 위한 환율대란이 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스노 장관은 17일(현지시간) “통화가치는 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말해 미국이 달러하락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또 그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아시아통화가 열쇠“라며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는 위앤화를 포함한 아시아 통화의 절상을 강조한 동시에 달러약세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유로권을 향해서도 협조해달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미국의 약달러정책에 대해 유럽은 물론 일본, 타이완 등 주요국가들이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자국수출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환율방어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면서 환율대란이 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미국의 약달러정책에 불만을 표시해 온 유로존은 연일 치솟는 유로강세를 진정시키기 위한 회원국간 공동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국제사회의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달러화에 연동하는 환율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서도 위앤화절상 압력은 한층 고조돼 알력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일본은 지난 4월부터 시장개입을 중단했지만 일본은행 총재가 “시장에 개입할 수도 있다”는 발언을 함으로써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눈치다.
이 같은 대란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선진7개국을 비롯한 주요 20개국 재무장관들이 오는 19일부터 사흘간 환율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나 달러약세를 차단하기 위한 묘책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최근 환율을 둘러싼 최근의 마찰은 지난 1,2차 달러약세 때와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어 환율대란이 통상전쟁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ㆍ2차 달러쇼크 상황 재현=국제 금융시장은 환율을 둘러싼 마찰이 과거 1ㆍ2차 달러쇼크 당시와 유사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71년부터 7년 가량 계속됐던 1차 달러약세시기와 플라자 합의 후 85년부터 10년간 이어졌던 2차 달러 약세시기 모두 현재와 경제상황이 비슷해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된 달러약세가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2002년부터 ▦쌍둥이적자(경상적자+재정적자) 심화 ▦경제성장률 둔화 ▦강한 달러정책후퇴라는 1ㆍ2차 쇼크기와 비슷한 조건을 안고 있다.
특히 올해 미국의 경상적자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5.7%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미국이 경상적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달러약세를 합의했던 85년 ‘플라자 협정’ 당시의 3% 중반보다도 훨씬 높아 중장기적인 달러약세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 유로화로 상징되는 유럽경제권의 부상, 일본 경제의 회복세도 추가적인 달러약세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달러약세, 더 이어질 듯=외환전문가들은 머지않아 달러가 일본 엔화에 대해서는 100엔까지, 유로화에 대해서는 1.4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경제가 기력을 회복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예전처럼 엔고(高)에 대응하겠다고 강하게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다나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일본 재무장관은 최근 시장개입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예기치 않은 상황’이라는 조건을 붙여 신중한 입장을 표시했다. IDEA글로벌의 환율 분석가인 숀 캘로우는 “다음주 중 달러가 100엔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로권의 경우도 성장촉진과 인플레 통제를 놓고 어느 쪽에 비중을 둬야 할지 저울질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달러약세에 대해 본격적으로 맞불작전에 나설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
블룸버그통신은 전문가들은 인용해 유로화가 3~6개월 내 1.4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프랑크푸르트 외환시장에서도 달러는 유로당 1.3074달러까지 떨어지며 최저치 신기록을 이어갔다.
최원정기자 abc@sed.co.kr
입력시간 : 2004-11-18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