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와타나베 부인 엔캐리청산을 막아라.

엔화 방어 총력체제돌입.. 일본은행은 유동성 붓고 재무부도 환율시장 개입시사 고베와 달리 엔강 가지 못할 듯. 일본 정부가 엔캐리 청산에 따른 엔고 저지에 총력체제에 돌입했다. 외환당국의 저지선은 일단 달러당 80달러로 추정된다.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도 이날 오전 도쿄외환시장 개장 직전 엔화가치가 달러당 80.60엔으로 급상승하자 “엔화 수준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외환시장 개입을 시사했다. 곧이어 일본은행은 15조 엔에 이르는 단기 유동성 공급을 발표했다. 자연재해 등 급변 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해당 국가 통화는 약세를 보이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대표적인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는 일본 엔화는 정반대로 움직인다. 글로벌 시장에서 위기 신호가 나오면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강하다. 일본 정부의 환율방어 의지가 드러나기 이전 엔화 가치가 초 강세를 보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일본 강진에 엔화가치가 오르는 것은 일본이 해외 순 투자국이라는 이유로 설명된다. 엔 캐리트레이드의 대명사로 불리는 와타나베 부인(일본 주부)들이 고수익을 좇아 엔화를 빌려 해외에 투자했다가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하거나 일본에 재앙이 발생하면 투자금을 회수,현금을 움켜쥐려고 한다. 와타나베 부인들이 엔화를 사들이면서 엔화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와타나베 부인발 캐리트레이드의 청산인 셈이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그 동안 제로 수준인 기준금리를 이용해 해외자산 투자에 나섰던 일본인들이 엔화를 본국으로 가져올 것으로 전망되면서 엔화 가치가 일시 급등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을 위해 해외자산을 매각하면서 엔화를 사들이고 있다는 소식도 엔화의 강세에 기름을 부은 듯 했다. 해외로 빠져나간 유동성이 본국으로 환류하면서 엔화 강세를 부르는 셈이다. 외환당국의 환시장 구두 개입과 일본은행의 유동성 공급은 일단 약발이 들었다. 엔화가치는 오전 한때 80.62엔까지 떨어지며 강세를 보였지만 일본은행의 자금공급 소식과 재무성의 환시장 개입 시사발언이 전해지면서 오후 들어 다시 올라 3시 현재 82.17엔까지 회복됐다. 이는 강진 발생이전 수준이다. 일본 당국의 엔고 방어는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 20년 디플레이션으로 가뜩이나 취약한 경제 펀더멘탈에 최악의 강진으로 경제전반에 큰 충격을 받은 상황에서 엔고로 인해 수출 경쟁력마저 떨어질 경우 나락으로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관건은 엔화의 방향성. 일본은행의 유동성에 이어 피해복구를 위한 재정정책까지 동원되면 경기부양 효과가 발생할 수 있고 이것은 장기적으로 엔화 강세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엔화가치가 달러당 75엔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외환전문가들이 이번에도 엔화의 강세를 예상하는 것은 과거 1995년 1월 고베(神戶) 대지진 때의 경험 때문이다. 엔화의 가치는 지난 1995년 고베 대지진 당시에도 크게 올랐다. 엔캐리 청산으로 엔화의 본국으로 회귀한데다 경기부양 후광효과 때문이다. 고베 대지진으로 일본은 1조4,000억 달러의 재산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한 재건 산업에 대한 기대로 달러ㆍ엔 환율은 3개월 동안 20%나 급락(엔 강세)했다. 고베 대지진 당시에도 일본 정부는 발생 직후 5,000억엔 규모의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하고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시장을 부양했다. 하지만 지난 1995년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엔고를 방어하기위한 정부의 의지가 워낙 확고한 데다 피해 복구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보다는 강진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특히 재정난을 겪고 있는 일본 정부가 결국에는 피해복구 재원을 국채로 충당할 가능성이 높아 대외 신인도에 악재로 작용한다. 대지진으로 인한 경제 충격과 함께 정부의 유동성 공급이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국가 부채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재정적자 규모는 이미 국민총생산(GDP)의 두 배 수준으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국가들보다 더 심각하다. 사이먼 데릭 뉴욕멜론은행 애널리스트는 “지진피해 복구를 위해 일본 정부가 채권추가 발행에 나서고 경기회복이 지연될 경우 엔화의 안전자산 지위가 흔들릴 우려가 있고 이것인 엔화의 강세가 저지되는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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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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