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금리 안정통해 미 경제 활황세 유지”/수입제품 값 하락 인플레우려 해소/인건비 상승 둔화 등 반사이익도【뉴욕=김인영 특파원】 지난 2년동안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은 『강한 달러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라는 말을 거의 매일 하다시피했다. 그가 클린턴 행정부의 재무장관으로 임명된 지난 95년 일본 엔화에 대한 미국 달러화의 환율은 86.63엔까지 떨어졌었다. 그로부터 달러 값은 치솟아 29일 뉴욕외환시장에서 1백22.13엔으로 마감했다. 짧은 기간 동안 달러화는 엔화에 대해 40%, 독일 마르크화에 대해 20%나 상승했다. 루빈 장관의 「강한 달러」 이론이 2년만에 세계 외환시장을 지배한 것이다.
미국의 경제학자들 사이에는 최근의 달러 강세가 2차 대전 직후 미달러화를 세계 기축통화로 인정한 「브레튼 우즈 조약」 시대로 시계를 되돌리고 있다고 지적하는 이도 있다. 세계 3대 통화(G3)인 엔화와 마르크화가 맥을 못쓰고, 달러가 세계경제를 이끄는 전후 체제와 비슷한 상황이 다가온 것이다.
루빈의 강한 달러 이론은 자국 통화의 평가절상이 수출을 억제하고 수입을 늘려 무역적자를 가속화한다는 케인즈학파의 기존 이론과는 대조적이다. 달러 절상 정책은 80년대초 레이건 대통령 시절 도널드 레건 재무장관 이후 15년만에 루빈에 의해 미행정부의 정책기조로 나타난 것이다.
루빈의 강한 달러 정책은 국제적으로 달러 평가를 높임으로써 국내에서 달러 가치를 안정화한다는 역설의 논리를 근거로 하고 있다. 즉 국제시장에서 달러 값이 높아지면 수입제품의 가격이 낮아져 미국내 물가를 안정시킨다. 따라서 연준리(FRB)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이자율을 올릴 명분을 주지 않음으로써 미국 경제의 활력을 지속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루빈의 고달러 정책은 그린스펀 FRB 의장의 금리 안정 기조와 조율하며 진행되고 있다.
디트로이트의 자동차업계가 수출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경쟁국인 일본의 엔화에 대비, 달러 평가를 절하할 것을 주장한다. 이에 대해 미재무부는 물가안정으로 인건비 상승이 둔화됐으며, 낮은 이자율로 금융비용을 줄일수 있는 반사이익을 얻고 있지 않느냐고 반박한다. 루빈은 한수 더 떠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는 열쇠는 달러 평가절하가 아니라,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미경제분석가들은 80년대 제임스 베이커, 니콜라스 브래디등 공화당정부의 재무장관들이 취한 달러 평가 절하정책이 결국은 80년대 미국기업의 경쟁력 약화와 87년 주가 대폭락을 초래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루빈의 강한 달러 정책은 10여년의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자리잡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