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아시아 통화전쟁 '위기일발'

日 정치권도 엔약세 유도 가세아시아가 본격적인 통화전쟁에 돌입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일본은 정치권까지 나서 엔화의 추가 약세를 부추기고 있는 반면 한국과 중국은 엔화 약세로 인한 연쇄적인 통화가치 하락이 제2의 아시아 외환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처럼 양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노골적인 일본 편들기에 나서고 있어 아시아에서 발생한 통화전쟁의 불씨가 세계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 日, 정치권까지 엔저 유도 합세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재무성 국제담당 차관은 28일 "현재의 환율 수준은 한동안 지나친 강세를 나타냈던 엔화가 조정국면에 돌입한 것"이라면서 "이 같은 엔화 수준은 일본이 용인할 수 있는 범위에 들어 있다"고 언급, 엔화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시사했다. 구로다 차관은 이어 "지난 97~98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와는 달리 대다수 아시아 국가들이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엔화 약세가 외환위기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주변국들의 우려를 일축했다. 일본의 엔화 약세 유도는 정치권이 합세하면서 더욱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이와 관련, 자민당 수뇌부는 140엔까지는 엔화 약세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일부에서는 150엔을 주장하기도 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27일 보도했다. 한마디로 일본의 수출을 늘리고 물가상승을 통한 디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정ㆍ관계가 총출동한 셈이다. ◆ IMF와 OECD, 일본 편들기 가세 엔화 가치의 급락에 따른 아시아 각국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음에도 일본이 강공(强攻)을 지속하고 있는 배경에는 IMF와 OECD 등 국제기구의 지원사격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와 관련, IMF는 엔화가 10% 평가절하될 경우 첫 해에는 아시아 지역의 경제 성장률을 갉아 먹겠지만 2년째부터는 정상을 되찾고 3년째 들어서는 엔화 약세를 통한 일본 경제의 회복으로 아시아 경제 성장률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OECD는 이달 초 일본에 대해 해외자산 구매를 통한 엔화 약세 유도를 주문하기까지 했다. 특히 이 같은 논리는 미국에서도 급속 확산되고 있는데, 워싱턴의 국제경제학회 수석연구원인 에드윈 트루먼은 "엔화가 약세를 나타내고 상대적으로 달러의 강세가 지속되면 미국 제조업체에 미치는 파장도 결코 적지 않지만 미국과 아시아 국가들 역시 일본의 경제 회복으로 인해 얻는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 한국과 중국, 전방위 압박 공세 IMF와 OECD 등의 논리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세계 경제를 위해서는 일본 경제 회복이 우선 순위에 있다는 것이다. 즉 엔화 약세를 통해 일본 경제가 되살아나게 되면 일본의 대(對) 아시아 수입물량이 늘어나 결국 아시아 경제를 위해서도 좋은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는 주장인 셈. 그러나 아시아 각국은 수출시장에서 경합적인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어 일본의 엔화 약세를 언제까지 방치할 수 없는데다 엔화 약세 따라잡기를 위한 동반 평가절하에 나설 경우 엄청난 후유증을 감수해야 하는 등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는 상태다. 특히 한국의 경우는 당장 수출업체들이 곤경에 빠질 수 있으며, 원화가치 동반하락에 따른 외국인 자금이탈, 수입물가 불안 등을 감수해야 한다. 중국 역시 일본의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수출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어 최근 일본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그 동안 인민일보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일본의 엔저 유도를 비난해 오던 중국이 27일 외교부 채널을 통해 엔화 약세를 공식 경고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 따른 것이다. 정구영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