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심심찮게 「문화특구」란 말이 신문지상에 거론되고 있으며 문화특구를 빨리 만들어야 우리의 문화가 발전한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문화특구란 문화예술품이 모여있는 장소로서 현대미술·고미술을 취급 전시하는 화랑들과 전통공예품·민속품 등을 판매하는 점포들이 밀집돼 있어 한자리에서 문화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지역으로 정부에서 특별히 보호, 육성시켜 주는 문화거리를 말한다.
그 대상지역을 꼽는다면 대체로 서울 종로구 인사동·관훈동·사간동 일대를 들수 있는데 이러한 문화의 거리는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곳을 가더라도 그나라의 문화를 자랑하며 발전해가는 미술문화의 거리가 있게 마련이다.
우리나라에서 미술문화의 거리를 인사동이라 한다면 미국의 경우는 뉴욕시 소호의 「미술의 거리」를 들수 있다.
소호는 「현대미술의 메카」로 불리며 세계의 미술시장을 주도해 가는 문화특구로서도 유명한 곳이거니와 세계적인 작가 로버트 라우젠버그, 슈나벨 등을 배출시킨 레오카스텔리 화랑·매리분 갤러리 등 국제적인 화랑들이 그곳에 모여있다. 백남준·황규백씨 등 우리나라를 빛내고 있는 재미작가들의 스튜디오도 모두 그곳에 있다.
이곳의 건축물들은 대부분이 뉴욕 시정부에서 관할하는 특별건축물들인데 언젠가 방문한 적이 있는 황규백씨의 스튜디오도 그중의 하나라고 한다.
이렇듯 소호는 뉴욕의 문화특구인 셈이다. 우리 미술인들 사이에서도 『소호에 가면 세계의 미술문화를 다 볼 수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소호의 문화특구는 세계적인 명성을 지니고 있는데 이는 바로 정부에서 보호, 육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미술의 거리 인사동도 명실공히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미술문화의 거리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소호의 문화 거리에서 배워야 할 점이 많다. 인사동 일대를 일반상가와 구분하려면 정부에서 이 지역을 문화특구로 지정하여 자칫 사라져버리기 쉬운 전통문화·예술을 간직한 고유의 문화 거리로 보존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본다.
화랑이나 고미술품상이 카페나 제과점으로 바뀌어가는 현상을 우리의 문화예술이 짓밟히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과장된 생각일까.
인사동 거리를 보다 효율적으로 보존,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쾌적하고 안락한 환경 조성이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서는 낡은 건물의 개수공사 또는 작은 평수의 신축건물공사에서 오는 여러가지 어려움을 감안하는 정부의 각별한 관심이 아쉽다. 전시공간이 협소한 인사동의 경우, 작은 평수의 건축물을 짓기 위한 건폐율 확장 및 증개축이 가능하도록 정부당국이 규제를 대폭완화하는 조치도 기대해본다.
문화의 거리를 활성화시킬 수 있게 새로운 환경을 조성해줌으로써 낡고 조잡한 공간이 아닌 새롭고 멋진 문화예술 공간이 들어선다면 외국 관광객들을 대거 유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인사동네거리에 로터리공원이라도 만든다면 인사동 문화의 거리는 세계 그 어느곳보다 아름답고 쾌적한 문화적 명소로 자리잡을수 있으리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