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신용불량자 문제 해결을 위한 포럼`에는 참석자 수백여명이 몰려 자리가 부족했을 정도. 신용불량자 문제가 여전히 우리나라 경제ㆍ사회분야의 첨예한 이슈임을 증명했다. 토론이 끝나자 맹렬한 질문도 이어졌다. 시중은행에서 여신업무를 담당한다는 한 참가자는 “패널 가운데 금융권의 불법추심행위를 질타하시는 분이 있는데 우리 역시 함부로 추심하는 직원을 엄격히 관리하고 법을 준수해 추심활동을 하고 있다”며 “정부는 현 시점에서 카드남용의 사전적 예방조치만 논의할 게 아니라 카드 자체의 기능과 한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이미 카드를 안 쓰고는 살기 힘든 서민층이 너무 많이 늘었다”며 “카드 사용한도를 줄여도 고객마다 정확하게 신용평가를 해서 차별적으로 적용을 해야지 한꺼번에 줄이면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따졌다.
○…토론 진행자로 나섰던 최현자 서울대교수는 “포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울경제신문에 안타까운 팩스가 도착했다”며 외환위기 당시 사업부진으로 자금을 융통하기 위해 아내 카드로 3,000만원을 빌렸던 한 가장이 현재 빚이 1억6,000만원으로 불어난 사연을 소개했다. 이 사연의 주인공은 “소득이 없는 주부한테 터무니 없는 카드 이용한도를 주고 신용불량자를 만든 정부가 이제 와서 카드사를 지원하는 게 말이 되느냐”라며 “세수를 위해 카드 분야를 활성화시켰다는 논리는 말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포럼이 끝나고 나오던 한 참가자는 “난상토론을 해야 될 문제인데 말야…”라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포럼이 진행되는 회의실 오른편에는 개인신용회복지원위원회 직원 3명이 상담코너를 운영했다. 포럼이 예고된 후 예약된 건수는 모두 80여건. 하지만 정작 상담을 하고 간 사람은 20명에 불과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오늘 상담을 받은 분은 개인워크아웃을 받을 수 있는 신용불량자가 아니라 1~2달 연체를 한 예비 신용불량자 였다”며 “공개적인 장소에서 포럼을 열다 보니 심리적 위축으로 인해 상담코너를 들리지 않고 발길을 돌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상담을 받으신 분들은 대부분 1억원 가까이 빌린 상태에서 월급으로 한달 이자 수백만원을 막기 힘겨운 사람들이었다”며 “하루 80명씩 상대하는 사무실과 달리 이곳에서 상담을 받았으면 더 상세하고 차분한 상담이 가능했을 텐데 아쉽다”고 털어놨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