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검찰ㆍ경찰ㆍ법원은 물론 경제 공권력인 국세청ㆍ공정거래위원회ㆍ금융위원회ㆍ금융감독원의 횡포를 줄이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공약은 해당 관료집단의 반발만 일으키며 정치쟁점으로 전락했다. 반면 복지 수요가 늘면서 세금과 과징금ㆍ벌금, 행정규제가 늘어나지만 공정한 집행이 이뤄지지 않는 현실에 대해서는 어느 후보도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박근혜 공약, 당 내분으로 지지부진=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공권력 특권 폐지에 대해 가장 먼저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이를 위해 한 달 전 발족한 정치쇄신특별위원회는 초반에 대통령의 친ㆍ인척과 측근 비리를 막기 위한 특별감찰관제 도입, 대통령 인사권 분산 방안 등 주로 대통령 특권 폐지 방안을 내놓은 후 감감무소식이다. 경찰과 검찰의 특권을 줄이겠다며 밝힌 경찰대 폐지와 55명에 달하는 검찰 차관급 축소는 양 기관의 반발로 표류하고 있다.
그나마 정치쇄신특위는 안대희 위원장이 한때 당무를 거부한 후 동력이 상실됐다. 국세청과 금융감독기관의 특권 폐지를 약속했지만 위원이 대부분 정치학자와 율사 출신이라 관심도가 떨어진다. 다만 국민행복추진위와 친박계 경제통을 중심으로 공정위와 국세청 등 권한 축소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재인 공약, 정치쟁점으로 전락=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정치검찰 혁파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권력'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며 대검찰청 중앙수사본부의 직접 수사권을 폐지하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공약했다. 그러나 '정치적 목적의 수사'라는 애매한 기준에 따라 검찰을 문책하겠다는 문 후보의 공약은 검찰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취지와 별개로 추진 가능성을 약화시킨 것이다. 검사 출신의 한 정치인은 "공비처가 또 다른 정치검찰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민생범죄와 경미범죄는 경찰에 수사권을 부여해 검찰을 견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생과 직결되는 범죄를 수사하며 자칫 발생할 수 있는 경찰 공권력의 횡포를 견제할 대안은 없다는 비판이 인다.
◇안철수 공약, 방향뿐 내용조차 없어=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는 세 후보 중 가장 더딘 진행을 보이고 있다. 안 후보는 공권력 권한 폐지에 대해 세부적인 공약을 발표한 적이 없다. 공비처 신설 등을 담은 원론적인 검찰 권력 분산 방안을 내놓았을 뿐이다.
경제인 출신인 안 후보는 자신의 저서 등을 통해 국세청의 먼지떨이식 세무조사를 금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공약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회 관계자는 "관료집단의 권한을 축소하기 위해서는 국민적인 지지가 필수지만 현재 여야 후보들은 권력 때리기식의 '센' 공약에 치중하고 있다"면서 "일반 국민이 생활에서 겪는 공권력의 불공정한 관행부터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