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문화가 바다라면 종교는 강인데… 서로 포용해야 평화·진리도 가능

망명 중 이란 마흐말바프 감독,‘정원사’로 부산영화제 초청


영화 ‘정원사’의 스틸컷.

이란 영화의 새 물결을 이끌고 있는 모흐센 마흐말바프(55·사진)감독이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를 찾았다. 정치적 탄압을 피해 파리와 런던을 오가며 망명생활 중인 마흐말바프 감독이 이스라엘에서 아들 메이삼과 만든‘정원사’가 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 월드프리미어(세계 최초 공개)로 관객을 찾게 됐다. 영화는 BIFF 아시아영화펀드(ACF)의 지원을 받은 작품으로 한국 스태프가 후반작업을 도와 만들어졌다. 망명 감독 마흐말바프가 영화를 통해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지난 7일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과 관객과의 대화를 토대로 정리했다.

마흐말바프의 신작‘정원사’는 감독이 아들과 함께 이스라엘의 하이파를 찾는 데서 시작한다. 하이파는 19세기 이란에서 시작돼 현재 전 세계 700만 명의 신자를 가진 평화와 상호협동을 강조하는 또 다른 ‘하느님’ 종교 바하이의 본거지. 부자(父子)는 그곳에서 각자의 카메라로 상대를 찍으며 종교에 대해 이야기 하고 탐구한다. 감독이‘바하이’라는 소수 종교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의 문화가 바다와 같다면 종교는 강과 같습니다. 여러 종교들이 바다에 모여 더 깨끗한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종교는 폭력적인 경우가 많아 그 물을 정화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바하이란 종교는 참 평화롭습니다. 신자들은 정원을 가꾸며 평화와 인류를 섬기고 그들의 교리를 배워나갑니다. 영화 속에 나오는 정원에 여러 색깔의 다채로운 꽃들이 있듯이 세상에도 다채로움이 조화를 이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영화 속에는 다양한 카메라 시점이 존재한다. “세 개의 각도와 관점에서 영화를 찍었습니다. 한 관점은 내가 든 카메라이고 하나는 아들이 든 카메라, 그리고 우리 둘을 촬영하는 메인 카메라가 있었죠. 서로 다른 관점의 차이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서로 다른 관점을 인정하지 못하면 싸움이 일어나고 맙니다.”


감독은 이란의 한 시(詩) 구절을 인용해 설명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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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란 하느님의 손에 있는 거울인데, 어느 날 하느님이 그 거울을 떨어뜨려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그 조각을 하나씩 주워 들고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자신만이 진리라고 주장하게 됐죠. 그러나 그 조각이 진리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습니다. 진리란 그 조각 조각을 모두 한 데 모아 붙였을 때 가능 한 것이죠.”

마흐말바프 감독은 ‘정원사’의 핵심을 ‘종교의 역할’이라 강조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한 종교를 비판하거나 지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종교가 어떻게 삶을 파괴해 왔는지 종교의 힘이 얼마나 막대한지를 들여다 보는 것입니다. 우리가 다양한 관점을 인정하고 포용할 때 분열과 파괴를 낳는 종교 또한 언제든 평화 재건을 위한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들과 함께 만든 영화‘정원사’가 이란의 적대국인 이스라엘에서 촬영했다는 사실만으로 감독은 현재 테러의 위협 속에 망명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정치적 탄압과 생명의 위협에도 마흐말바프 감독은 꾸준히 영화로 평화를 부르짖고 있다.

“영화를 통해 왜 종교를 이야기 하느냐 반문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결국 서로 총을 겨누고 피를 흘려야만 합니다. 내게 영화는 어둠을 걷어 낼 수 있는 일종의 투쟁입니다.”

/부산=김민정 기자 /je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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