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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경제팀에 대한 불만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유로존 위기 등에 따른 경기침체 상황에서 관련 부처가 수출금융 지원에 대해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이 대통령은 "올해 초부터 수출 여건이 어려울 것으로 예견했다"면서 "두 번째 회의인데 비상(非常)에 대한 대응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할 거면 장관 주재로 회의를 하지 아침 일찍부터 대통령 주재로 회의를 하는 이유는 지금이 비상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질책은 회의에 참석한 수출기업이 여전히 지난 3월 회의 때와 똑같은 어려움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10일 국무회의에서도 수출금융 지원을 지시했음에도 결과물이 없이 시간만 보낸 것에 대통령이 단단히 화가 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전체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수출에 관한 건 개별 기업에 대해 그때그때 해결해줘야 한다.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서라도 속도감 있게 해결책을 제시해주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의 질책에 기획재정부를 주관부처로 지식경제부ㆍ금융위원회 등이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해 발표했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조선 관련 기업에 대한 수출입은행의 올해 정책금융(제작금융) 지원 한도를 1조1,000억원 늘린 3조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20억달러 이상 규모의 대형 신규 발주사업에 대해서는 정책금융기관 실무협의회를 통한 기관 간 공동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실무협의회에는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ㆍ정책금융공사ㆍ무역보험공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정부는 또 시중은행과 정책금융기관(산업은행ㆍ정책금융공사)에서 조선사 제작 금융지원 프로그램의 조기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해양플랜트 부문의 중소기업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한 금융지원도 강화된다. 우선 수출입은행의 보증 공급 및 제작금융 지원 규모가 1,00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늘어난다. 무역보험공사가 직접 수출보증보험을 제공하는 중동 현지 금융기관 역시 8개에서 20개로 늘어난다.
이날 회의에서는 중소ㆍ중견기업의 수출을 돕기 위해 관련 금융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확정됐다. 우선 관련 무역금융 규모가 1조7,000억원 증가(5조2,000억원→6조9000억원)한다. 포괄수출금융 지원 규모는 1,000억원 확대(6조9,000억원→7조원)되며 기업별 대출한도가 100억원 늘어난다.
정부는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 정책금융기관의 수출금융 지원 여력도 확대한다. 우선 수출입은행법 시행령을 오는 10월까지 고쳐 신용공여한도 기준을 완화한다. 이에 따라 동일 차주 등에 대한 신용공여한도가 현행 40~500%에서 향후 60~600%로 늘어난다. 무역보험공사는 무역보험지원목표를 2조원 더 늘려 32조원까지 확대하게 된다.
정책금융공사의 특별 온렌딩(on-lendingㆍ정책금융 민간위탁) 대출 대상에 수출 중견기업을 포함시키는 방안도 추진된다. 특별 온렌딩 대상에 포함되면 기업당 자금지원한도가 500억원 더 늘어나 1,000억원에 이르게 된다.
한국은행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 대한 납품업체의 거래실적을 시중은행의 무역금융 융자대상에 포함하는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 시중은행장들이 참석하며 최근 금융권에서 문제가 됐던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담합 등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30일부터 닷새간 지방의 한 휴양지로 임기 중 마지막 여름휴가를 떠날 계획이다. 휴가기간 이 대통령은 8ㆍ15 경축사에 담을 메시지와 남은 임기 국정 운영 방향 등에 대해 숙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대통령은 내수 진작과 수출경제 활성화 등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을 집중 고민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