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휴대전화 빼앗고 돌려줘도 강도죄

길 가던 여성의 휴대전화를 빼앗았지만 성폭행을 한 후 순순히 돌려준 사건에 대해 1심과 항소심의 판단이 갈렸다. 피의자는 ‘성폭행 사실은 인정해도 재물을 빼앗을 의사는 없었다’며 상고해 대법원의 판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1부(강형주 부장판사)는 길 가던 20대 여성 A씨를 위협해 핸드폰을 뺏었다가 성폭행한 후 다시 돌려준 장모(27)씨에게 강도 범행도 유죄로 인정해 1심을 깨고 징역6년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장씨의 전력으로 볼 때 도둑질하는 버릇이 인정되고 다음날 새벽에도 유사한 수법으로 강도질 한 사실 등을 종합하면 재물을 불법으로 손에 넣으려는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이어“휴대전화를 돌려준 것은 범행 발각이나 처벌의 두려움 등으로 심경의 변화를 일으켰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장씨가 범행 후 존댓말을 하거나 `부모님에게 뭐라고 말할 거냐'고 물어본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앞서 1심은 “장씨가 돈을 요구하거나 다른 물건을 가져가지 않았고 A씨가 전화기나 반지를 돌려달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돌려줬기 때문에 불법적으로 타인의 재물을 차지할 의사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성폭행 혐의만 유죄로 봤다. 이같이 재판부에 따라 다른 판단이 나온 이유는 장씨가 A씨를 성폭행 한 후 취한 행동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자정 무렵 휴대전화로 지인과 통화하며 귀가하던 A씨(22)는 목을 조르는 바람에 저항하지 못하고 집 근처 공원으로 끌려갔다. A씨의 목을 조른 괴한은 절도죄 등으로 징역형을 살다 출소한지 3개월이 채 안 된 장씨였다. 장씨는 갑자기 끊긴 A씨의 안부를 걱정하는 지인이 계속 연락을 하자 처음에는 꺼두라고 했다가 고가의 스마트폰(시가 90만원 상당)인 것을 보고는 품에 챙겼다. 또 A씨가 끼고 있던 금반지도 요구했다. 장씨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A씨를 인근 컨테이너 박스로 끌고가 성폭행했다. 하지만 성폭행이 끝난 후 장씨는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지문이 묻을 것을 염려하는 듯 수건으로 스마트폰을 닦아 건네주더니 빼앗아 간 반지도 돌려줬다. A씨에게 존댓말로 ‘죄송하다’거나 ‘부모님한테 뭐라고 말을 할 거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결국 그는 유전자 분석 기법 등을 동원한 수사에 덜미를 잡혔고 강도강간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장씨는 법정에서 성폭행은 인정했지만 `휴대전화와 금반지를 빼앗은 적이 없고 설사 그렇더라도 자진해서 돌려줬기 때문에 불법으로 재물을 취득할 생각이 없었다'고 주장했으며 이번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이는 절도 전과가 있는 장씨가 강도강간과 강간 혐의가 모두 인정돼 형량이 높아지는 것을 막아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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