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HSBC "수익없는 국가 은행 점포 폐점"


“세계 모든 나라에서 은행점포를 열 필요가 없다” 전세계 웬만한 곳에는 지점을 개설한다는 ‘세계의 지역은행(world’local bank)’을 표방한 HSBC 그룹이 소매금융 대폭 축소를 골자로 한 새로운 경영전략을 발표했다. 세계 6위의 영국계 HSBC그룹은 소매금융 사업부문이 비용은 많이 들고 돈은 안 된다고 판단하고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수익성 높은 사업들에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스튜어트 걸리버 HSBC 최고경영자(CEO)는 11일(현지시간) 투자자 컨퍼런스에서 “HSBC가 진출한 87개국에서 불과 22곳의 소매금융 사업부와 18개의 자산관리 사업만이 충분한 수익을 내고 있다”며 소매금융 사업 등이 부진한 일부 지역에선 철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철수 대상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HSBC는7,500여 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는 11곳에 지점을 두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HSBC 소매금융 및 자산관리 지점들은 지난해 총 2억4,400만 달러의 세전 손실을 기록했다. 소매금융 부문은 지난해 HSBC 전체 매출의 44%를 차지하는 핵심사업이다. HSBC의 지난 1ㆍ4분기 순익은 49억 달러로 전년에 비해 14% 감소했다. HSBC 측은 순익 감소의 주 요인으로 비용 증가를 지목하고 현재 60.9%인 매출 대비 비용의 비중을 2013년까지 52%로 끌어내리겠다고 밝혔다. HSBC는 수익률이 1%에 불과한 소매금융 부문을 구조조정의 핵심 타깃으로 삼아 오는 2013년까지 최대 35억 달러(총비용의 8%)의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실제 HSBC는 이미 러시아 소매금융 부문을 철수하기로 공식화했다. 미국 내 신용카드 사업에 대해서도 매각을 염두에 두고 전략적 재검토에 들어간 상태라고 HSBC는 밝혔다. HSBC는 대신 갈수록 호조를 보이는 미국의 제조업 경기를 겨냥, 기업 금융에 주력할 계획이다. 또한 소매금융의 경우 영국과 홍콩 등 전통적인 강세지역은 물론 중국과 브라질 등에서는 오히려 역량을 강화하기로 했다. 기업 금융과 투자은행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은 소폭만 실시하되 두 부문의 통합을 추진해 효율을 높일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걸리버 CEO는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뭐든지 하려고 애썼지만 더 이상은 그러지 않기로 했다”며 “모든 곳에서 성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HSBC는 전세계 87개국 에서 총 29만6,000명의 직원을 거느린 유럽 최대 은행(시가총액기준)이다. 하지만 HSBC가 글로벌 확장을 위해 선택한 권한 분산화 전략은 관리영역의 중첩과 기술적 부문의 차이 등 경영상의 비효율을 낳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또한 러시아 사례에서처럼 HSBC의 소매금융 부문이 현지 은행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점도 사업전략 수정의 요소로 꼽힌다. 이날 HSBC의 주가는 런던 주식시장에서 1.5%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HSBC의 새 경영 전략발표에는 당초 기대와 달리 구체적인 사업매각 방안 등은 담겨있지 않다며 강도가 낮다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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