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기로에 선 중국 경제] <4> 또다른 시한폭탄, 지방정부 부채

개발 후유증에 빚 눈덩이… 부동산값 급락 땐 디폴트 현실화

연평균 20% 급속한 증가… 일부는 이미 채무불이행

파산 땐 국가신용 추락→금융시스템 위기 가능성

중앙정부 특별채 발행 등 채무구조조정 지원 필요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신형도시화의 성공 모델로 꼽히는 쓰촨성 청두시는 지방부채가 크게 늘어나면서 재정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청두 중심가인 티엔푸광장에서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청두=김현수특파원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양슈잉(43세)씨는 쓰촨성 싼타이현 출신이다. 17세 때 광둥성의 한 호텔에서 일을 시작한 그는 20여년간 농민공 생활을 하면서 모은 돈으로 2년 전 식당을 열었다. 자기 사업체를 갖게 됐다는 기쁨도 잠시, 양씨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도심재개발 사업 때문이다. 주변 지역 대부분이 철거되면서 식당에는 손님의 발길이 끊겼다. 시정부와 부동산 개발회사의 보상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양씨는 자칫 보상금도 받지 못한 채 길거리로 쫓겨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형도시화의 모델로 떠오른 청두. 토지의 권리인증 증서 발급, 농촌 토지거래 시장 등을 통해 대도시와 농촌의 유기적인 발전 모델로 꼽히지만 그림자도 짙다. 지난해 중국 심계서(감사원) 조사 결과 청두시 부채비율은 110%를 넘어서 재정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양씨에 대한 보상도 이 때문에 미뤄지고 있다.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중국 지방정부 부채 문제는 중국 경제의 또 다른 시한폭탄이다. 지방채 관리 강화 등으로 중앙정부가 통제에 나섰지만 현급 정부는 불어나는 이자와 원금 상환에 허덕이고 있다.

물론 지방부채에 대해 중국 정부는 문제가 안 된다고 말한다. 중국 경제규모에 비해 낮은 수준의 부채비율에다 부채로 조달한 자금 대부분이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된 만큼 자산이 늘어나 리스크로만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본 홋카이도 유바리시의 파산처럼 자칫 중국 지방정부의 파산이라는 균열은 중앙정부의 통제능력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켜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중국 지방정부의 디폴트(채무불이행)를 경고했던 량센핑 홍콩 중문대 교수는 "지난 2012년 6월부처 쓰촨·윈난·장쑤 등의 일부 지방정부에서 채무불이행이 일어나고 있다"며 "중국이라는 거대 경제에 묻혀 지나가고 있을 뿐 지방부채의 시한폭탄은 중국 경제의 턱밑에 있다"고 말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지방부채=심계서가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발표한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 총계는 17조9,000억위안(약 2,994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31%에 이른다. 2010년과 2012년 말 지방정부 부채가 각각 10조7,000억위안, 15조9,000억위안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지방부채는 연평균 19.97%씩 늘어나고 있다. 지방정부 부채를 규모별로 보면 시급 정부가 7조2,901억위안, 성급이 5조1,938억위안으로 전체 지방부채의 70%를 차지한다. 주로 성정부와 시정부의 대규모 개발사업에 지방정부의 직간접 지원이 이뤄지며 부채가 늘어난 것이다. 지방부채 종류별로는 은행대출이 10조1,186억위안에 달했고 개발채권 발행은 1조8,455억위안에 그쳤다. 지방부채 상환기일은 전체 채권 중 21.89%가 올해, 17.06%가 2015년에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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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상으로만 보면 중국 지방부채는 그렇게 심각한 수준이 아닐 수도 있다. 중앙과 지방부채를 모두 합쳐도 GDP의 39.8%로 경제협력기구 국가재정안전성기준(40%)을 충족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증가속도다. 20%에 달한 증가속도는 언제든 금융 시스템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지방정부의 전체대출 가운데 은행대출 비중이 2010년 80%에서 56.6%로 낮아졌다는 것은 지방정부가 그림자금융에도 손을 벌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중국 책임자였던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지방부채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중국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든 자금을 지원하겠지만 이 과정에서 금융 시스템은 망가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림자금융에 기대는 지방정부=중국 31개 성과 시 가운데 지방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충칭시다. 정부 개입에 의한 도농격차 해소를 추진했던 충칭은 지방부채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충칭의 부채비율은 156%로 최하위권인 산둥성(69%)의 2배를 넘었다. 그 뒤를 베이징(135%)과 상하이(123%)가 잇고 있다.

지방정부의 부채 성격도 위험하다. 지역별 그림자금융 의존도는 산시성이 27%로 가장 높고 충칭이 15%로 뒤를 이었다. 저장성ㆍ장쑤성ㆍ허베이성도 그림자금융 의존도가 10%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림자금융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경우 중앙정부는 지역별 부채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부채관리 능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도시화의 성공 모델들이 부채증가라는 후유증을 앓고 있다며 부동산 거품이 꺼질 경우 지방정부의 재정수입인 토지양도금이 감소해 리스크를 더욱 키울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중국 정부의 국유지 사용권 매각 전체 수입은 4조1,250억위안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류상시 중국 재정부 재정과학연구소 부소장은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경우 지방정부의 디폴트가 현실화될 수 있다"며 "중소 지방도시의 부채상환 능력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시권에 든 유동성 위기=중국 지방부채의 가장 큰 위험은 유동성 위기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바수쓩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금융연구소 부소장은 "지방부채 상환이 올 2·4분기와 3·4분기에 집중돼 있어 이 시기 지방정부의 재정수입 대비 부채상환 비율은 재정안정을 해치는 10%를 넘어설 수 있다"며 "유동성 위기상황이 오기 전에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지방정부 채권을 발행했던 지방정부융자 플랫폼(LGFV)에 대한 점검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리스크가 높은 그림자금융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파악한 후 중앙정부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회 위원을 지낸 리다오쿠이 칭화대 교수는 "중앙정부는 국채를 GDP의 15%만 발행한 만큼 자금여력이 있다"며 "정부가 특별채를 발행해 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지방정부의 채무 구조조정에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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