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가족의 재구성] <4·끝> 뜨는 시니어, 열리는 소비시장

지갑 두툼해진 50~60대 늘면서 여가생활 큰 축으로<br>60% 이상이 '일하는 시니어'<br>등산·크루즈 여행 인파 몰리고<br>쎄시봉 등 콘서트 관람 열풍<br>자원봉사·인터넷 활동도 활발

50~60대 시니어들이 외부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등산용품·크루즈여행상품 등 관련 소비시장이 커지고 있다.

김광미(52)씨는 자원봉사의 일환으로 문화관광해설을 하며 보람을 얻고 있다. 서울시 문화관광과 소속으로 지난 2008년부터 서울의 고궁이나 유적을 관광객들과 함께 둘러보면서 문화와 역사를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자원봉사를 시작하면서 밖으로 나가 걷고 사람도 만나자 아픈 데가 사라졌다는 김씨는 "내 고향의 역사와 문화를 다른 이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수명이 길어지고 의식주 외의 것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7080 세대들도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과거 뒷방 노인으로 불리며 사회에서 소외되고 보호받아야 할 이미지가 컸던 시니어(50~69세)들이 이제는 사회의 중심축 가운데 하나로 당당히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들이 젊은 세대와 마찬가지로 인터넷 공간에서 활동하며 봉사 등을 통해 지역경제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잡아 가면서 이들의 수요에 맞춘 새로운 소비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 시니어파트너즈와 교보생명이 지난해 시니어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60% 이상이 60대 중반까지 일하고 있으며 이중 월 300만원 이상 소득자가 75%에 달한다. 과거 자식들의 경제력에 의존해 살던 시니어들과 달리 소비력을 갖춘 것이다. 이 같은 소비력은 문화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 올해 조영남ㆍ송창식ㆍ윤형주ㆍ김세환씨를 주축으로 한 '쎄시봉' 열풍은 대표적인 7080 마케팅 성공사례다. 시니어들이 젊은 세대처럼 박수 치고 눈물 흘리고 싶어하는 문화적 요구를 자극해 콘서트 등을 개최하면서 이들의 지갑을 열도록 해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뮤지컬 제작사인 설앤컴퍼니의 설도윤 대표는 "'쎄시봉' 열풍과 더불어 공연업계에서 7080 세대들을 타깃으로 삼은 기획이 줄을 잇고 있다"며 "50대 이상 시니어 계층의 지갑 사정이 두툼해지면서 그들이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등산열풍이 불고 등산 관련 업체들이 급성장한 데도 시니어들이 기여한 바가 크다. 휴일뿐 아니라 평일에도 전국 각종 등산코스에는 산을 찾은 시니어들로 넘쳐난다. 대구 수성구에 사는 김모(53)씨는 "직장을 옮기면서 여유시간이 많아져 이를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다가 등산을 시작했다"며 "각종 장비와 등산화를 거금을 주고 투자해 틈만 나면 아내와 함께 산에 오른다"고 말했다. 유명 등산 브랜드인 노스페이스의 국내 판매업체 골드윈코리아의 경우 2005년 1,213억원 수준이던 매출이 지난해는 3,912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크루즈여행이 대중화된 것도 시니어들의 영향으로 여행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여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50~60대들이 크루즈여행에 관심을 보이면서 크루즈여행이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대중화됐다"고 소개했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10대 위주로 돌아가던 편향된 대중문화에 균열의 흐름이 일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젊은 세대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던 인터넷 공간에서 시니어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넷업체도 급성장하고 있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포털 사이트인 유어스테이지의 경우 몇 년 새 회원 수가 급증했다. 출범 초기인 2007년 17만명이던 회원이 이제는 36만명가량으로 늘어났다. 이 포털에는 500여개의 시니어클럽이 운영 중이며 이들 회원은 젊은이들처럼 클럽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오프라인에서 정기모임이나 번개 등을 통해 만남을 가지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지역행사의 경우 시니어들의 자원봉사와 노력활동이 말할 수 없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인제 빙어축제를 주관하는 한 관계자는 "2~3년 전부터 시니어들의 자원봉사가 늘어나고 있으며 최근에는 자원봉사자 150명 중 50대 이상이 40%에 달한다"며 "시니어들은 지역에 대한 상세한 정보도 많이 알고 봉사활동을 통한 자기만족도도 높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처럼 지역축제 관련 봉사단 시니어들의 활동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전국적인 추세"라고 덧붙였다. 지역축제뿐 아니라 국제행사에서도 시니어들은 이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대구세계육상대회의 한 관계자는 "전체 자원봉사자 6,000여명 가운데 20%가량이 50대 이상이고 최고령자는 86세였다"며 "젊은이들은 반복적인 일을 시키면 쉽게 지치는 경향이 있지만 연세가 있는 분들은 어떤 일이든 노련하게 해내 행사진행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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