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대한민국 으뜸 명소 경주 남산·창녕 우포늪

천년 신라의 역사가 숨쉬고… 경주 남산<br>마애석가여래좌상서 왕릉·산사등 유적 즐비<br>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거대한 노천 박물관<br>원시 자연의 신비가 넘치고… 창녕 우포늪<br>한반도와 같이 태어나 1억4,000만년 역사<br>물풀과 희귀식물들로 사계절 내내 볼거리

천년고도 경주의 남산에는 신라의 역사를 웅변해주는 불교문화유적지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중생의 기도를 굽어보는 상을 하고 있는 마애석가여래좌상 앞에서 한 여인이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고 있다.

조선시대 숭유억불 정책으로 인해 머리를 잃어버린 석불좌상.

한반도 생성시기와도 같은 1억4,000만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포늪은 4계절 모두 특별한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요즘 같은 봄에 찾으면 자주빛깔 자운영이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사진제공=창년군

우포늪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는 일출 광경.

국내 여행을 떠나려는 이들이 목적지를 정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봄의 길목에는 봄꽃의 군락지를 찾아서, 여름에는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산이나 바다로, 가을에는 단풍의 장관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겨울에는 눈꽃 구경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향하면 된다. 하지만 계절이 주는 선물이 아닌 그 자체로 1년 365일 색다른 멋과 풍광을 뽐내는 관광 명소를 찾는 일은 의외로 쉽지 않다. 그래서 정부는 지난 2월 대한민국의 으뜸 관광 명소 8곳을 발표했다. 경주남산ㆍ월성유적지구와 창녕 우포늪을 비롯해 안동 하회마을, 서울 북촌, 순천만, 제주 성산일출봉, 수원화성, 전주 한옥마을 등 으뜸 명소로 지정된 8곳은 국내 관광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된다. 봄 기운이 무르익어 여름의 문턱에 다가선 지난 주말 경주 남산과 창녕 우포늪을 다녀왔다. ◇신라 천년 역사 간직한 노천 박물관=신라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남산은 그 자체로 거대한 노천 박물관이다. 신라 시조인 박혁거세가 태어난 알이 있던 곳으로 전해지는 전설상의 우물 '나정'이 남산 자락에 있으며 신라의 종말을 가져온 포석정 흔적도 남산 자락에 있다. 세월의 향기를 덧입은 채 천년 역사를 웅변해 주는 남산은 '남산을 오르지 않고는 경주를 보았다고 말할 수 없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서라벌의 진산(鎭山)격인 경주 남산은 '절집이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산사와 문화유적이 즐비하다. 금오봉(468m)과 고위봉(494m)을 사이에 두고 사방으로 펼쳐진 능선 골짜기에는 왕릉이 13기, 절터가 150여 곳이나 있다. 불상은 130여기, 탑이 110여개 등 수많은 문화유적이 산재해 있는 남산은 2000년 12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경주 남산 문화유적답사에서 신라 시대 유적을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코스는 삼불사에서 바둑바위까지 이르는 길이다. 어귀에 3개의 왕릉이 있어 지금은 삼릉계라고 부르는데 상류가 여름에도 냉기가 도는 계곡이라고 해 예로부터 냉골(冷谷ㆍ냉곡을 냉골이라 부름)이라 불렸다고 한다. 맨 앞부터 차례로 신라 54대 경명왕, 53대 신덕왕, 8대 아달라왕의 무덤으로 전해지는데 시대가 800년 이상 차이가 나는 이들 왕의 무덤이 어떻게 한 자리에 있는지 의구심이 생긴다. 삼릉 입구에 조성돼 있는 솔숲 나무판으로 잘 정돈된 길을 올라 처음 만난 불상은 석불좌상. 그런데 놀랍게도 불상에는 머리가 없다. 길 안내를 맡은 김구석 남산연구소장은 "조선시대 숭유억불 정책과 일제의 문화재 약탈 때문일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한다. 석불좌상 옆으로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면 돌기둥 같은 암벽에 새겨진 마애관음보살상이 나타난다. 키 154㎝ 여인의 형태인 불상은 온전한 형태를 갖추고 있는데 빙그레 미소를 머금고 세상을 내려다 본다. 냉골을 따라 올라가다 숨이 턱까지 차 오를 때쯤 삼릉계석불좌상을 만나게 된다. 순백의 화강암으로 조성된 불상은 화려한 연화대석 위에 앉아 있는데 마치 연꽃들이 고귀한 이를 감싸 안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삼불사에서 바둑바위까지 이르는 코스의 백미는 단연 마애석가여래좌상이다. 드라마 '선덕여왕' 첫 장면에 등장해 유명세를 탄 마애석가여래좌상에 도착하자 눈 앞에 탁 트인 평야가 펼쳐진다. 좌상 앞에서는 한 여인이 공손하게 손을 모으고 기도를 올리고 있다. 자연 암반을 파내어 높이 7m에 달하는 불상을 새겼는데 불상의 머리가 앞으로 튀어나와 위쪽은 입체상에 가깝고 아래는 선으로만 조각이 된 특이한 형태다. 김 소장은 "멀찌감치 떨어져서 보면 중생의 기도를 듣고 부처가 바위 바깥으로 나와 고개를 끄덕이면서 굽어보는 형상"이라며 "남산에 있는 불상들은 모두 자연과 어우러져 해석해야 그 진의(眞意)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태곳적 신비 간직한 원시 자연=한반도 생성시기와 같은 1억 4,000만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경남 창녕의 우포늪은 우포, 목포, 사지포, 쪽지벌로 이루어진 내륙 습지다. 홍수 때 낙동강물이 역류하면서 침전된 퇴적물이 토평천 하류에 쌓여 자연제방을 형성함으로써 안쪽에 남은 물이 습지성 호수를 만든 것이다. 우포늪의 옛 명칭은 소벌이다. 이 일대가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소의 목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서 '소목'이라는 별칭이 붙었고 '소가 마시는 벌'이라는 의미로 '소벌'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오랜 기간 생명을 이어온 우포늪은 축구장의 210배 크기인 231만㎡의 광활한 늪지로 수많은 동식물들에게 먹을거리와 안식처를 제공하고 있다. 우포늪은 사계절 내내 특별한 볼거리를 갖고 있다. 6~8월 사이에는 녹색 융단을 깔아 놓은 것처럼 장관을 이룬다. 갖가지 물풀들이 우거지는 한편에서는 희귀 및 멸종위기 식물(1997)로 지정된 보라빛 가시연꽃이 앞다퉈 피어난다. 가을에는 어른만큼 키가 큰 갈대가 황금빛 자태를 뽐내고 겨울에는 온갖 철새를 만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물가에 뿌리를 내린 버드나무가 연두색 새순을 틔우고 자주빛깔 자운영이 축제를 벌이는 요즘 같은 계절에는 펄떡거리는 생명력이 넘쳐난다. 우포늪을 둘러보는 방법은 두 가지다. 우포늪 입구에서 자전거를 빌려 왕복 5㎞의 탐방로를 달리거나 우포늪 둘레를 걸어서 한 바퀴 도는 것이다. 창녕군이 지난해 조성한 8.4㎞ 길이의 탐방로 '우포늪 생명길'의 갈대 숲을 지나 물 빠진 습지를 걸으면 아이들은 잃어버린 자연을 만나고 어른들은 잊고 지냈던 동심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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