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1월 14일] 공직자의 말조심
이학인 산업부 기자 leejk@sed.co.kr
"글로벌 경기침체 때문에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긴 하지만 지난해 말을 고비로 자금사정이 점차 풀려가고 있습니다. 이런 때 그런 발언이 나와 무척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3일 이슬람금융 세미나에 참석했던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산업은행 등에서 일부 중견그룹의 유동성 문제를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그 대상으로 거론한 것으로 알려진 동부그룹 관계자의 말이다.
동부그룹은 이날 발칵 뒤집혔다. 금융기관ㆍ언론사 등의 자금사정 등에 관한 문의도 쇄도했다. 자금담당 부서는 물론 홍보팀까지 하루종일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사실 동부그룹의 자금사정에 대한 소문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돌았다. 실물경기 침체로 이 그룹 제조업 계열사의 자금흐름이 나빠지자 이들 기업이 보유한 주식ㆍ부동산 등을 보험ㆍ증권 등 금융 계열사들이 사들이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우량한 동부화재 등의 주가가 이 때문에 저평가되고 있다는 주주들의 불만도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전 위원장의 발언이 전해진 것이다. 물론 금융위는 일부 인터넷 언론을 통해 이 같은 보도가 나가자 발언의 진의가 왜곡됐다고 설명했다. 전 위원장도 "중견그룹의 범주에 대한 질문이 이어져 예를 들어준 것이지 모니터링 대상을 적시한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소동은 동부그룹에 내상(內傷)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동부그룹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3차례나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는데 자금난이 심한 기업이라면 가능했겠느냐"며 이번 일로 한동안 잠잠했던 자금 관련 루머가 다시 확산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요즘 시중의 최고 화제 인물인 미네르바. 검찰이 미네르바를 구속하면서 지난해 12월29일 그가 인터넷을 통해 그릇된 사실을 유포함으로써 정부가 환율방어를 위해 20억달러 이상을 소진했다고 주장했다. 책임 있는 공직자의 불분명한 언사로 인해 기업이 입은 손해는 얼마나 될까. 글로벌 위기로 모두가 바짝 긴장하고 있는 시기. 공직자들의 말조심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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