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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형 다빈치를 찾았다!’
르네상스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같은 ‘과학적 예술가’이자 ‘예술적 과학자’를 찾는 금천예술공장의 ‘다빈치 아이디어’전이 ‘내일의 전야(前夜):산업 그리고 미디어아트’라는 부제를 달고 오는 10월 9일까지 열린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의 서울디지털산업단지(옛 가리봉공단) 내 인쇄공장을 개조해 지난 2009년 개관한 금천예술공장은 ‘첨단산업도시’라는 지역적 정체성을 반영해 21세기형 다빈치를 찾는 ‘다빈치 아이디어’전을 3년째 진행하고 있다. 총 10팀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과학 박람회를 방불케 하며 산업화ㆍ상용화 가능성까지 함께 보여주고 있다.
유선웅ㆍ한창민으로 구성된 작가그룹 하이브의 ‘아이리스(사진)’는 작고 얇은 정사각형의 픽셀 수백 개가 하나의 대형 화면을 이루는데, 작품 앞에 선 관객의 움직임이 화면에 반영된다. 기존 미디어아트 작품이 LED 등 발광체(發光體)를 사용한 것과 달리, 이 작품은 픽셀 속 원형 조리개가 흑백의 크기를 바꿔가며 빛의 투과량을 조절해 표현돼 눈부심이 없다. 게다가 먹(墨)색을 이용한 흑백전환이 동양적 미감을 내뿜는다. 작가들은 이 신개발 디스플레이의 특허 출원을 준비 중이다. 상용화 된다면 빛을 이용한 미디어 작품이 옥외설치 용도로 사용될 경우 눈부심, 시야방해 등의 이유로 경관조명 조도심의에서 제약 받던 것을 극복할 수 있는 획기적 발명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세계적 미디어아트 축제인 오스트리아의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수상작가 출신인 뉴질랜드의 노바 장(Nova Jiang)도 참여했다. 만화책 모양의 대형 스크린 앞에 선 관람객의 모습이 실시간 만화로 재구성되며, 한번 상영된 만화페이지는 다시 반복되지 않는다. 또 카메라로 인식한 관객 얼굴이 불교 만다라 문양의 모래그림으로 재현되는 유두원ㆍ김치호의 ‘디지다라’, 손가락을 지문인식기에 대면 지문이 일종의 레코드판 기능을 해 사람마다 각기 다른 음악이 나오는 한윤정ㆍ한병준의 ‘손끝소리’ 등 디지털 세대가 요구하는 ‘나만의 고유성’을 가진 작품들도 대거 선보였다.
방을 가로지른 불투명 유리벽 앞에 두 사람이 동시에 마주섰을 때만 유리가 투명해지면서 서로를 볼 수 있게 되는 강이연의 ‘우리가 만날 확률’이나, 디지털 기기에 의한 인간 감각의 변화를 레이저를 이용해 시각ㆍ촉각적으로 경험하게 한 김병규의 ‘에이티 필드-마비된 감각’ 등은 소통과 기기 중독 등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김희영 금천예술공장 총괄매니저는 “아이디어 상태였던 선정작에 서울문화재단이 창작비ㆍ전시ㆍ사업화를 지원해 예술가의 창작력과 인근 기업의 기술력이 결합하는 장을 만듦으로써 예술과 과학기술에 비즈니스까지 융합된 전시를 만들었다”라며 “올해는 관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interactive) 작품이 많아졌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이번 전시에는 ㈜엘레파츠가 전자부품을 후원하는 등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내 업체가 참여했다. 또한 같은 기간 열리는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의 연계전시로 이어져 그 예술적 성과를 폭넓게 보여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