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5%성장 3%물가 불가능…경제전망 수정 불가피"

중동發 유가 급등에 하이퍼 인플레 경고<br>고유가→경상수지 악화→원화가치 불안 우려<br>정부, 유가 상승 지속땐 6월말 수정발표 가능성<br>"금융위기와 상황 달라 적절한 긴축 필요" 지적



리비아 사태 등 중동발(發) 돌발 변수에 정부의 거시경제 전망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국제유가가 지난 2008년보다 더 빠르게 치솟으며 배럴당 110달러 수준까지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5% 성장과 3% 물가상승률 달성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정부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당장 정부가 경제전망을 조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의 정치적 불안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시스템 리스크가 아니라는 판단과 함께 내부적으로는 오는 4월 재보선 등 정치적 이슈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중동 불안으로 인한 유가급등이 거시 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는 유가급등이 지속될 경우에 6월 말 하반기 경제전망 발표시 목표 지표들이 수정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이퍼인플레이션 경고=민간경제연구소들은 우선 유가 전망치를 수정하고 미국 경기개선 속도 등 여타 변수들을 고려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수정할 방침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배럴당 82달러로 제시한 올해 연평균 유가 전망을 90달러 이상으로, LG경제연구원은 배럴당 87.7달러에서 90달러대 중후반으로 10% 이상 끌어올릴 예정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유가가 10% 오르면 물가는 0.3%포인트 상승하는 반면 성장률은 0.35%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도 유가가 10% 오를 경우 물가는 0.68%포인트 상승하고 성장률은 0.3%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삼성은 당초 2월 안으로 수정 성장 전망을 제시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유가가 급등세를 지속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자 발표 시기를 3월로 다소 늦췄다. LG경제연구원은 3월 둘째 주 수정 전망을 내놓는다. 증권가에서는 리비아 사태가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 1980년대 초반 글로벌 경제를 강타했던 하이퍼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이 다시 도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글로벌 경제가 과다한 국가 채무와 극단적인 통화 팽창 정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유가의 지속은 인플레이션을 불러와 회복기에 있는 미국은 물론 남유럽의 재정위기를 다시 촉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곡물과 구리 등 다른 원자재가격 급등까지 겹치면서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동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가상승이 불러올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1980대 초반 수많은 국가들에서 발생했던 하이퍼플레이션"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고유가가 경상수지 악화로 연결되고 이것이 다시 달러화 유동성 고갈과 원화가치 불안으로 이어져 트리플 약세를 가져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 전망수정 불가피, 시기가 문제=정부도 당초 지난해 12월 배럴당 85달러로 발표한 유가전망치를 올 초 90달러로 수정했다. 중동의 정치적 불안보다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유가 상승을 고려한 것이었다. 하지만 튀니지에서 시작된 중동사태가 이집트에 이어 리비아로 확산되며 국제유가는 이미 1월 정부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2월 들어서도 두바이유 가격은 급등세를 타며 배럴당 110달러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국제유가가 정부의 예상치를 22%나 뛰어넘은 상황에서 5% 성장과 3% 물가안정은 이미 실효성을 상실하고 있다. 한은의 예측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오를 때 물가상승률은 0.2%포인트 상승한다. 이미 1월 말 대비 20% 이상 급등한 유가를 적용하면 2월 소비자물가는 1월 4.1%에서 최소한 4.5%까지 상승할 수 있다. 5% 성장도 유가급등에 발목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경제의 성장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경상수지 흑자가 줄어들기 시작한데다 일부 투자은행들은 조만간 경상수지 흑자 행진이 멈출 것이란 예측도 내놓고 있다. ◇경제정책 운용에도 변화 모색해야=전문가들은 더 이상 정책당국이 5% 성장과 3% 물가안정에 매달려 있을 상황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리비아 등 중동사태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과거 유가 급등 정책툴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자는 지적이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정부가 에너지 위기 경보를 관심에서 주위로 상향 조정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기존 대책의 재탕일 뿐"이라며 "위기 상황에 맞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전문가들은 2008년 금융위기와는 본질적으로 현 상황은 다르다는 것부터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08년 금융위기는 재정확대 등 전세계가 확장적 경제정책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풀었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적절한 긴축정책이 동반돼야 한다. 유가급등으로 성장의 발목이 잡힌다고 해서 경기를 무작정 끌어올리는 정책이 답은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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