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위기'만 강조하는 대책반장

최근 '대책 반장'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연일 '위기'를 강조하고 있는 게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해외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국내 영향과 투자자 불안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중한 발언을 해오던 경제관료들의 지금까지 대응방식과는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금융위 긴급간부회의에서 "물가가 올라도 당장 나라가 망하진 않지만, 외화유동성 문제는 (잘못되면) 나라를 망하게 한다"며 실무진에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그는 지난달에도 "본질적인 시스템 위기가 올 수 있다" 며 "외환건전성 문제를 올해는 1번으로 하겠다"고 틈만 나면 역설하고 있다. 위기상황에서 경제부처나 금융당국 고위관료들은 관례적으로 "펀더멘털은 문제 없다" 거나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란 표현을 반복해 김 위원장의 행보와는 극명하게 대조를 보여왔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말 본지 인터뷰에서 "소규모 개방경제가 갖는 서러움이 있어 준비는 하고 있지만 어떤 조치를 추가로 할 만큼 상황이 급박하지는 않다"며 시장 불안을 진화하는 방향에서 말했다. 물론 김 위원장이 위기에 '기름을 붓는다(?)'는 비판을 감수하며 공격적인 발언을 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바로 무책임한 국내 금융권의 행태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금융권은 "문제 없다"며 손 놓고 있다가 정작 위기가 닥치면 정부에만 손을 벌려 위기를 심화시켰다. 김 위원장 역시 "은행들에 3번이나 속았다. '괜찮다'고 해도 절대 믿지 말라"고 금융위 간부들에 주문했다고 한다. 또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시계 제로의 상태에 접어든 상황에서 선제적 대응을 주문하는 김 위원장의 위기의식이나 충정을 모르는 바도 아니다. 하지만 '김석동'이라는 이름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중량감을 감안하면 조금 더 정제된 발언이 아쉽다. 경고를 위한 위기 발언이 진짜 위기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아슬아슬한 금융시장이 자칫 금이 갈 수 있다. 시장에서는 '오럴 리스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