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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개성공단 출경 금지 조치가 8일로 엿새째를 맞으면서 개성공단의 운명이 '풍전등화'에 놓이게 됐다.
북한의 김양건 노동당 대남 담당 비서가 이날 개성공단을 방문한 것에 대해 긍정론과 비관론이 엇갈리는 가운데 개성공단의 운명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제로' 상태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현재 개성공단에서는 39명의 우리 국민이 입경했으며 현지에 체류 중인 인원은 475명이다.
◇13개 입주업체 조업 중단 등 피해 확산=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은 현재 공장 정상 가동만 기다리고 있다. 현재까지 원자재 수급 등의 이유로 13개 업체가 조업을 중단했으며 피해업체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식자재 공급 중단도 엿새째 이어지고 있으며 7일에는 개성 현지에서 환자 1명이 발생해 운전자를 포함한 2명이 남측으로 긴급 귀환하기도 했다.
현지 의료시설인 개성공업지구부속의원 의료진 10여명은 6일을 마지막으로 모두 철수해 응급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식자재가 바닥나면 현지에 체류한 우리 국민에 대한 인도적 문제가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개성공단 체류인원은 공장 가동을 위한 최소 수준이며 이들은 남쪽으로 귀환할 경우 다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연장해 현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 수급 문제는 총 5만3,000여명에 이르는 북측 근로자들의 출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북측 근로자 대부분은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서 제공하는 250여대의 버스로 출퇴근하는데 버스에 공급할 유류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에 비치된 유류는 이번주 중반께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입주기업들은 납품기한을 지키지 못해 거래선이 끊기는 것에 대한 우려도 크다. 개성공단기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바이어들의 거래 중단 통보는 기업 입장으로서는 사형선고와 다름없다"면서 "북측도 기업의 이런 생리를 분명히 알고 있다면 개성공단 출경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지 입주기업들은 통행제한은 유지하더라도 물류통행만큼은 정상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북측에 꾸준히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정부의 적절한 조치도 요구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측은 7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을 만나 "정부가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도 딱히 손쓸 수 있는 게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북, 개성공단 폐쇄보다 잠정 중단 가능성=북한이 이제껏 쓸 수 있는 카드는 거의 다 꺼냈다는 것을 감안하면 개성공단 폐쇄라는 카드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김양건 비서가 이번에 개성공단을 방문해 우리 측을 비난한 것은 개성공단 차단과 관련한 책임회피와 명분 쌓기라는 목적도 감지된다"며 "개성공단을 사실상 폐쇄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준 것이라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이 정책 전환을 위한 움직임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입경 차단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폐쇄단계로 들어갔을 때 발생할 문제에 대한 대비를 입주업체에 주문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의 대남 기조가 바뀌기 어렵다고 봤을 때 향후 부정적인 행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북한학과 교수는 "법리적인 검토 등 일련의 지난한 과정을 감안할 때 직접적 폐쇄 보다는 가동 중단이나 잠정 중단 가능성 정도가 점쳐진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4월15일(태양절)을 전후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남북관계 정상화는 물론 개성공단 정상화 또한 상당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개성공단 정상화를 기조로 한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또한 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