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아시아 증시 급락…펀드 투자 전략은 벅차

"섣부른 환매보다 지금은 기다릴때"<br>선진국 비중 줄이고 이머징펀드로 갈아탈만<br>수급 깨진 증시 많아 신규가입은 신중해야


아시아 증시 급락…펀드 투자 전략은 벅차 "섣부른 환매보다 지금은 기다릴때"선진국 비중 줄이고 이머징펀드로 갈아탈만수급 깨진 증시 많아 신규가입은 신중해야 김희원 기자 heewk@sed.co.kr “환매도, 저점 매수 움직임도 거의 파악되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한산합니다.” “지수 1,800선 붕괴 시 불이 났던 전화 문의도 요새는 뜸합니다. 다수 투자자들이 손실폭이 큰 만큼 손절매를 꺼리는 것 같습니다.” 홍콩 H주가 6% 넘게 급락하는 등 아시아 증시가 동반 급락한 13일. 펀드판매사 지점 분위기는 의외로 한산했다. 코스피지수도 1,600선 붕괴 여부가 화두에 올랐지만 투자자들의 동요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환매를 문의하는 전화도, 실질적인 손절매 움직임도 크게 증가하지 않은 반면 지수 저점을 인식한 펀드 추가 매입 문의 역시 나타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펀드 투자는 기본적으로 중ㆍ장기를 기반으로 한다”며 “현재로선 기다려보는 게 가장 현명한 투자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형펀드 중 43%가량이 적립식 투자자금인 점은 매우 선진적인 형태”라며 “지난해 9월 이후 펀드에 가입했다면 투자기간도 길지 않은 상황인데다 투자자들의 자세가 갈수록 현명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증시 기간조정 돌입=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외 증시가 가격 조정보다는 기간 조정 가능성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수가 큰 폭으로 추가 하락할 가능성은 지금으로서는 높지 않지만 그렇다고 이른 시일 내에 상승할 가능성도 엿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V’자의 빠른 반등을 기대하기 힘든 만큼 저점을 기반한 저가 매수세를 무조건 권하기도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속내다. 특히 이러한 시장 하락이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펀드 투자 안전지대’도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자원 부국 증시를 제외한 전세계 주요 국의 지수는 1월 저점 수준 내외로 하락했다. 박승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저점 수준에서 상승세가 예상된다면 무조건 들어가야 하지만 수급 균형이 깨진 증시가 많다”며 “기간 조정이 예상되는 만큼 낙폭과대에 따른 기술적 분석으로 접근하기엔 위험도가 있다”고 덧붙였다. ◇자원부국 펀드는 안전한가=현재 해외 펀드 중 돈이 몰리고 있는 곳은 브라질ㆍ러시아 등 자원부국과 중국, 상품펀드 등이다. 중국 펀드는 지난 2월 이후 4주 연속 순유입세가 나타나는 등 다시 투자 자금이 모이고 있다. 1월 저점을 통과하며 저가 매수세가 일부 나타났고 수탁액 기준으로 해외투자지역 중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에 유출세가 멈춘 이후 기존 적립식펀드 투자분이 계속 집계되고 있다. 손명철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중국 긴축 가능성이 부각되는데다 민영화로 보호예수됐던 물량이 3월부터 해제될 수 있어 중국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홍콩H주의 경우 금융주 비중이 38%에 달하는 등 글로벌 증시와 연동 가능성이 더 높아 당분간 유출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증시와 탈동조화가 가능한 원자재 등 상품과 자원부국 증시로의 펀드 매수 움직임이 여전히 꾸준하다. 그러나 이들 증시만 하락하지 않은 만큼 밸류에이션 매력도는 점차 줄고 있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상품펀드나 브라질-러시아 펀드 등의 상승세는 투기 세력의 움직임과 유사하다”며 “이들은 갈수록 투자 대상을 압축하고 있고 투자 지역을 주기적으로 갈아타고 있어 다른 이머징 국가로 매수세가 옮아갈 가능성도 엿보인다”고 평했다. 이들 지역에 대한 투자가 가장 안전한 피난처가 되는 게 사실이지만 몇 개월 이후를 장담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이 연구원은 “선진국 비중을 줄이고 이머징국가 중 분산이 가능한 펀드로 투자하는 게 현재 가장 안전한 전략 중 하나”라고 권했다. ◇환매 적절한 시기 아니다=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투자한 사람들이 환매에 나서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고 권했다. 고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펀드 투자자들의 상당수가 지수 1,800선에서 펀드에 가입한 만큼 적게는 10%, 많게는 20% 이상의 손실을 보고 있는 상태”라며 “이 같은 손실 국면은 환매 타이밍이 아니며 증시가 어느 정도 반등한 뒤 손절매 폭을 줄이는 게 현명한 투자요령”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자들 역시 손절매에 나서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다. 김선열 삼성증권 FH분당지점 지점장은 “투자자들에게 일부 환매를 권해도 손실을 확정 짓고 자금을 빼려는 투자자들이 많지 않다”며 “기간 조정 가능성이 높은 만큼 중장기적으로 보고 투자에 임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손명철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펀드투자 기대수익률을 낮춰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이머징 지역의 투자 매력도는 여전하다”며 “신규 가입을 원한다면 시장 동향을 점검하면서 유동성을 마련해갈 시점이며 기존 적립식 투자자라면 흔들리지 말고 가져가면서 시장과 자산별로 점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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