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檢 과거사 의혹규명 8개월째 '감감 무소식'

법무부 "법적 안정성 훼손 우려 신중한 태도 취하고 있다" 해명

경찰과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들의 과거사 진상규명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검찰은 8개월째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국가기관의 자발적인 과거사 진상규명 노력을 주문한 이후 경찰과 국정원이 진상규명위원회를 발족, 규명 과제를 선정하고 구체적인 조사활동에 들어갔지만 검찰은 아직까지 미동조차 없는 것이다. 대통령의 과거사 관련 언급이 있은 지 이틀 뒤인 지난해 8월17일 김승규 법무장관은 국무회의 참석에 앞서 "검찰에서 뭘 해야 할 것인지를 내부에서 검토 중이다"며 조사활동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현재까지 후속조치에 나서지 않았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잘못된 과거를 제대로 밝혀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거역하지 못해 과거사 진상조사 가능성을 검토했으나 법적 안정성이 훼손될 것을 우려해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과거사 규명방안을 계속 검토하고 있지만 태스크포스 등 진상규명조직은 구성되지 않았다. 2차 수사기관이라는 특성, 기소 후 확정판결이 나온사안을 재조사할 경우 법적 안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검찰은 경찰, 국정원과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는 법원에 의해 판결이 확정된 사안을 준사법기관인 검찰이 나서서 재조사하기란 쉽지 않은 데다 조사를 통해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 그것이 재심 사유가 될수 있다는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부분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형사소송법 제420조는 `유죄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해 무죄 또는 면소를,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해 형의 면소 또는 원 판결이 확정한 죄보다 가벼운 죄를 확정할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를 재심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법무부의 진상조사를 통해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면 과거사와 관련된 당사자들이 재심을 청구할 수 있게된다. 검찰이 과거사 진상규명 작업을 늦추는 데는 2차 수사기관이라는 특성을 감안한것도 한 요인이다. 검찰은 주된 규명대상인 공안사건의 경우 주로 경찰과 국정원(옛 안기부)으로부터 1차 수사결과 및 증거를 넘겨받아 보강수사를 거쳐 기소 및 공소유지를 맡았기때문에 경찰과 국정원의 자체 재조사 결과를 우선 지켜본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재 경찰의 진상규명 대상에는 1991년 발생한 `고 김기설씨 유서대필사건'처럼 검찰이 처음부터 수사에 나서 기소한 사건이 포함돼 있어 검찰의 주장이다소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장주영 사무총장은 "검찰은 경찰과 국정원의 인권침해를 감시하고 최종적으로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2차 수사기관이라는 이유로 과거사 규명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장 사무총장은 또 "경찰과 국정원이 이미 주요사건에 대해 재조사에 들어갔지만 경찰은 경찰대로 검찰은 검찰대로 했던 역할이 따로 있었던 만큼 의지만 있다면 검찰이 경찰, 국정원으로부터 자료를 넘겨 받아 재조사를 하면 된다"고 충고했다. 그는 "법적 안정성의 문제가 있다지만 모든 사건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의혹이 남아있는 극히 일부의 사건에 대해 합법절차를 거쳐서 진상을 규명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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