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국갤러리들 "이젠 상하이 시대"

"국제적 기업·컬렉터 후원따라 시장전망 밝아"<br>샘터화랑이어 박여숙화랑도 지점 열어 관심


세계 미술시장의 호황 속에 경제 성장의 바람을 타고 미술계의 총아로 우뚝 선 중국. 민첩한 한국 갤러리들은 베이징과 홍콩 등지에 지점을 열고 중국 진출의 기반을 다졌다. 중국의 대표적인 경제 교역 도시인 상하이도 예외는 아니다. 샘터화랑이 지난해 9월 모간산루(莫干山路) 예술특구에 개관한 이후 최근 박여숙 화랑이 상하이 지점을 열어 본격적인 ‘상하이 시대’ 시작을 선언했다. 상하이를 관통하는 황포강의 지류인 소주강을 따라 수십 개의 갤러리들이 분포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도 모간산루 근처 ‘M50’ 지역은 50개의 갤러리가 모여있는 대표격 예술 특구. 청담동에 본점을 둔 샘터화랑이 한국작가와 아시아 미술의 가교 역할을 하고자 지난해 이곳에 3층 규모로 ‘웰사이드 갤러리’를 개관했다. 지난달에는 중국 추상화가 첸 루오빙의 개인전이 열렸다. 청담동의 대표 화랑인 박여숙 화랑은 M50 모간산루 예술특구와 바로 옆 창핑루에 상하이 지점을 열고 12일(현지시간) 개관전인 임만혁 개인전을 오프닝했다. 100여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는 현지 언론과 외국인 컬렉터들이 특히 큰 관심을 보였다. 최근 현지 미술계가 한국 미술에 주목하는 데다 외국인 컬렉터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임만혁의 개성있는 화풍이 눈길을 끈 것. 박여숙 화랑과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갤러리를 운영하는 차오양강 ‘1918아트스페이스’ 대표는 “임만혁은 한지와 분채(전통안료) 같은 전통 기법으로 현대적인 스타일의 주제를 개성 있게 표현해 외국인 컬렉터들이 특히 좋아하고 국제적으로 어필할 작품”이라고 평했다. 그간 한국 갤러리들은 국제교역이 활발하고 세율이 낮은 홍콩 또는 저렴한 임대료에 작가들과의 교류가 원활한 베이징을 중국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아왔다. 홍콩의 카이스갤러리나 베이징의 아트싸이드, 아라리오, PKM, 표화랑, 두아트갤러리 등이 대표적. 상대적으로 늦은 상하이 진출에는 미술시장의 새로운 경향이 반영됐다. 아직은 베이징의 미술시장이 더 크지만 국제 교역 도시인 상하이가 이를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컬렉터 겸 화상인 앤서니 도페이가 “중국미술은 이제 베이징에 이어 상하이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동아시아 미술시장에 정통한 전시기획자 김선희씨(상하이 ‘분드18’ 디렉터 겸 일본 모리미술관 큐레이터)는 “미술관과 갤러리, 작가의 ‘수’는 베이징이 제일 많지만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강해 해외 유학파 화가들은 오히려 귀국 후 상하이에서의 전시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또 상하이에 거점을 둔 국제 기업들이 자사 이미지 재고를 위해 비영리 문화공간을 운영하고 있으며, 국제적인 컬렉터들이 화랑을 후원하고 있다. 게다가 베이징에서는 ‘냉소적 리얼리즘’이라 불리는 중국 현대미술의 주류가 상업적으로 성공하자 아류작들이 계속 생산되는 데 반해 상하이는 보다 자유롭고 국제적인 성격을 드러낸다고 현지 미술계는 분석했다. 최수연 박여숙화랑 상하이점 대표는 “국제적인 도시라 유럽ㆍ미국인 컬렉터들이 많고 싱가포르, 대만까지 확장할 수 있어 상하이를 택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 아트페어에서 항상 ‘솔드아웃’을 기록하는 임만혁 작가로 개관전을 연 것도 이 같은 이유. 다음달에는 대지미술가 크리스토, 이후에는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의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