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4월 23일] 한·미 정상회담이 남긴 것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지막으로 4박5일의 방미일정을 모두 마쳤다. 두 정상은 ‘가치동맹ㆍ신뢰동맹ㆍ평화구축동맹’이라는 공동비전을 마련해 기존의 한미동맹을 ‘21세기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키기로 하고 오는 7월 부시 대통령 답방시 이 문제를 구체화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또 올해로 예정됐던 주한미군 3500명 추가감축 계획을 백지화하기로 하고 한국의 미국산 무기구매국(FMS) 지위를 상향조정하기로 했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조기비준 노력,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조기해결, 한국의 ‘비핵ㆍ개방ㆍ3000정책’ 지지, 한국의 미국 비자면제프로그램 연내 가입, 테러ㆍ비확산ㆍ인권 등 범세계적인 문제에 대한 공동대처에 합의했다. 유난히 실용외교를 강조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5년 동안 소원했던 미국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신뢰를 구축함으로써 한미동맹을 다시 견고히 하고자 했다.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방문이 “역대 그 어떤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얻었던 성과보다 더 종합적이고 알찬 성과를 얻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우리가 얻은 것이 환대, 신뢰, 한 차원 격상된 동맹관계 등 추상적이고 모호한 명분이라면 미국은 실리가 담긴 현안에서 큰 득을 봤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전략적 동맹’과 ‘FTA’로 요약되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장기적인 대외전략보다는 단기현안 중심의 한반도 정책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은 쇠고기 재협상 타결, 아프가니스탄 경찰훈련요원 파견, 이라크 파병연장, 방위비 분담제도 개선 등 단기현안에 치중했다. 한미 간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주한미군 추가감축 중단, FMS지위 상향조정에 상응하는 조치로 전략적 유연성 확대, 이라크 파병연장, 미국산 무기구매, 방위비 분담 등에서 우리 측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미사일 방어체제 동참 요구 등도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또 미국산 쇠고기문제 해결로 한미 FTA의 주요 장애요인을 제거했다고 하나 자동차 분야의 추가협상 등 앞으로도 걸림돌이 많다. 특히 쇠고기 연령ㆍ부위에서의 파격적인 양보와 수입 완전개방으로 축산농가의 어려움, 국민의 건강권 보호문제 등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회담 결과 몇 가지 점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첫째, 미국이 과연 우리만큼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지 의문이다. 따라서 전략적 동맹의 구체적인 목표와 내용 그리고 한미 간에 공유할 수 있는 전략적 이해(利害)에 대한 깊은 논의와 이해(理解)가 필요하다. 주한미군 추가감축이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와 직접 연결될 경우 한국의 국익과 정면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 대통령이 방미 중 남북연락사무소 설치, 대북 인도적 지원과 핵문제 분리, 김정일 위원장과의 대화용의 등 진전된 발언을 했으나 북한의 ‘통미봉남’ 정책을 넘어서기 위한 한미 간 관계만 있을 뿐 남북관계 자체의 전망이 없다는 점은 심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북핵문제 해결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동전의 양면관계에 있다. 이를 위해 남북한 간 상시 대화채널이 필요하며 한ㆍ미ㆍ일 공조, 한ㆍ중ㆍ일 정상회담의 정례화 등 다양한 대화채널도 확보해야 한다. 끝으로 한미 정상이 어느 때보다도 좋은 분위기에서 한미동맹의 격상에 합의했다는 점은 큰 의미를 가진다. 한미관계의 진전은 바람직하지만 구체적인 합의와 조치는 철저히 우리의 ‘국익’ 더 나아가 ‘한반도의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 지난 3월11일 외교통상부 업무 보고에서 “국익 앞에는 친미도 친중도 없다”고 밝힌 이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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