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동안 가족을 위해 묵묵히 일해준 황순이에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전남 강진군 군동면 명암마을에서 농사를 짓는 신옥진(69)씨는 최근 25년을 동고동락한 31살짜리 황소가 죽자 장례식까지 치러주며 아쉬워했다. 신씨가 황순이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87년.
강진 우시장에서 43만원에 암소를 사서 말썽을 피우지 않고 잘 따르는 순한 성격을 보고 ‘황순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황순이는 그동안 15번 출산에 암수 8마리씩 모두 16마리의 새끼를 낳아 오랫동안 집안 경제에 큰 도움을 줬다. 특히 황순이는 신씨의 4남매 교육 뒷바라지에 큰 힘이 됐는데 4남매 가운데 3명을 대학 졸업시키고, 그 중 2명을 호주 유학을 보내는 등 집안의 보물이나 다름없었다.
신씨의 밭은 경지정리가 된 논으로 둘러싸여 농기계를 이용할 형편이 안돼 황순이가 고령에도 매년 1㏊의 넓은 밭을 갈아야 했다.
또 들에 놔두고 와도 다른 데로 가지 않고 혼자 집으로 찾아오는 영특함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소의 수명은 평균 20년인데 황순이는 여느 소와 달리 밭일을 하면서 영양 좋은 풀을 먹어서인지 건강하게 31년을 살았다.
하지만, 3년 전부터 먹어도 살이 빠지고 발을 저는 등 건강이 악화하더니 결국 지난달 중순부터 기력이 더욱 쇠약해져 동물병원에서 약을 먹이기도 했지만 이겨내지 못하고 지난 7일 눈을 감았다.
신씨는 가족이었던 황순이를 위해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은 집 앞 밭의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는 것으로 생각하고 8일 장례식을 치르고 매년 제사를 지내줄 것도 약속했다.
신씨는 “친자식이나 다를 바 없던 황순이의 빈자리가 크지만 2년 전에 새로 들여온 ‘성순이’를 황순이로 생각하고 친자식처럼 아끼고 사랑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