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기준금리 인하… 고정금리 대출자의 한숨

당국 믿고 빌렸는데… 50만원 넘게 이자 더 낼판<br>변동금리 3%까지 떨어져<br>저금리 장기화 전망에<br>대출 갈아타기 문의 쇄도


연초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고정금리대출로 1억원의 자금을 충당했던 A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당시 A씨가 받았던 고정금리대출 상품의 금리는 4.6%. 한국은행이 올해 하반기에만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추면서 변동금리대출 상품의 금리는 3% 후반까지 떨어졌다. A씨는 "단순 비교해도 고정금리대출에 따른 이자를 연간 50만~60만원은 더 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선택은 했지만 금융감독 당국의 지도에 따라 고정금리를 적극 권유했던 은행들이 솔직히 야속하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11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더 낮추자 A씨처럼 고정금리대출 상품을 선택했던 대출자들의 금융감독 당국이나 은행을 향한 원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 당국을 믿었다가 통화 당국에 뒤통수를 맞은 형국이다.

금융감독 당국은 지난해 6월 가계부채대책 가운데 하나로 오는 2016년까지 고정금리 대출 비율을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30%까지 확대하라고 은행권에 주문했다.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고정금리대출 비중 확대에 나섰고 지난해 6월 11.9%에 그쳤던 고정금리대출 비중(신규 대출 기준)은 8월 말에는 40.4%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잔액기준의 고정금리대출 비중도 7.3%→15.9%로 두 배 이상 높아졌다.


문제는 고정금리 대출의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크게 떨어지면서 변동금리의 하락폭이 고정금리에 비해 크다는 점이다. 실제로 고정금리대출은 4%대 중반이던 것이 최근에는 4%대 초반까지 하락하는 데 그쳤지만 변동금리대출은 조건에 따라서는 3% 후반 상품도 나온다. 시중은행의 한 여신담당자는 "솔직히 최근의 저금리 기조라면 아무래도 변동금리가 유리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금리 장기화된다는데…한숨 커지는 고정금리 대출자=기준금리 하락으로 대출금리 책정의 기준이 되고 있는 양도성예금증서(CD)나 코픽스의 금리 역시 떨어지고 있다. 지난 9월 현재 CD금리(91일물)는 3.09%로 첫 번째 기준금리 인하 직전인 6월의 연 3.54%보다 0.45%포인트나 하락했다. 그뿐만 아니라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8월 3.18%로 6월(3.62%)보다 0.44%포인트나 떨어졌다.

기준금리가 하락하면서 변동금리도 상품에 따라 0.4~0.5%포인트씩 내려 앉았다. 2억원 대출자라면 대출금리가 0.5%포인트만 낮아져도 연간 이자 부담이 100만원 줄어든다는 얘기다.

더욱이 저금리가 앞으로 3~5년간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면 고정금리 상품보다는 변동금리 상품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초 변동금리대출자들이 고정금리로 갈아탔던 것의 반대현상, 즉 변동금리로 갈아타려는 문의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은행 신규 가계대출 가운데 고정금리 비중이 6월 64.25%에서 7월 55.11%로 현저히 줄어들었다.

◇변동ㆍ고정금리 선택, 대출기간ㆍ상환조건 등 고려해야=다만 은행권이나 전문가들은 "장기대출자의 경우 고정금리가 더 안정적이고 유리할 수 있다"고 권고한다.

금리라는 게 경기의 상황이나 구조적인 요인에 따라 상승 혹은 하락을 반복하는 만큼 당장의 금리흐름에만 맞춰 판단할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시중은행의 다른 관계자는 "고정금리의 경우 대부분 5년 또는 10년 이상 만기인 장기대출이기 때문에 금리 하락세가 계속 유지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금을 빌리는 기간이나 상환조건 등을 꼼꼼히 따져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금융연구원의 한 연구위원도 "고정금리는 이자율에 대한 위험 노출이 적은 대신 이자를 조금 더 내고 안정적으로 대출을 할 수 있다"면서 "현재처럼 이자율이 전반적으로 낮아진다면 고정금리도 낮은 금리를 적용 받게 돼 대출을 할 때 신중하게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철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