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물가 관치로 잡히나] 中企 "공정사회 물건너갔나"

원자재값 상승·물가억제책 사이서 샌드위치 신세<br>대기업, 눈치 보느라 납품단가 인상 소극<br>"공장 돌릴수록 손해"

티셔츠를 만들어 대기업에 납품하는 A사는 요즘 경기 회복세를 타고 주문량이 부쩍 늘어났지만 오히려 적자만 쌓이는 바람에 속을 잔뜩 태우고 있다. 면사 등 원부자재 가격은 연일 치솟지만 납품 가격 상승분은 생색내기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거래처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고려해주고 있지만 다른 납품가 책정요소에서 가격을 대폭 깎아 전체 납품단가는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공장을 돌릴수록 손실을 입어 클레임 등을 고려한다면 이미 받아놓은 물량 납품도 취소 여부를 고민할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중소 납품업체들이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과 정부의 물가억제 압력이라는 이중고에 빠져 채산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제품 생산체인의 중간단계에 자리잡은 중소기업들이 오히려 앞뒤에서 조여오는 물가의 압력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셈이다. 대형 유통업체와 거래하는 한 중소기업체 사장은 "정부가 물가통제에 나서는 상황에서 공급처를 대상으로 단가 현실화는 말도 못 꺼내는 실정"이라며 "이렇게 되면 중소기업을 위한 공정사회 실현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얘기도 주변에서 많이 나온다"고 전했다. 원부자재 가격은 이미 한계치를 넘어선 상황이다. 의류 임가공 업체의 경우 원가비중이 가장 높은 면사 값이 지난해 1㎏당 3,500원 내외에서 올해 두 배가량 급등한 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1㎏당 800~900원에 불과하던 폴리에스테르 원사도 이달 초 1,500원까지 뛰어올랐으며 벙커C유 등 부자재 가격도 10~30% 가까이 상승했다. 하지만 최종 납품처인 대기업 등 완제품 업체나 대형 유통 업체들은 정부의 가격인상 억제방침을 이유로 내세우며 납품가격 인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한데다 소비자들도 가격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해 최종 판매가격 인상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이처럼 샌드위치 상황에 직면한 중소 임가공 업체들의 채산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으며 부직포 등 일부 업계에서는 수익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불가피하게 휴업하는 상황도 빚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물가억제책이 결국 약자인 중소기업 옥죄기로 돌아오고 있다"며 "여론을 의식한 인위적 가격통제보다는 원자재 수급 개선책 등 본질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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