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아랍 민주화 혁명과 그 이후


지난 2005년 레바논ㆍ쿠웨이트ㆍ이집트에서 일어난 민주화 시위의 구호는 '독재는 이제 그만!(Enough is enough!)'이었다. 반면 지난해 말 이후 북아프리카 튀니지ㆍ이집트ㆍ리비아를 휩쓸고 있는 아랍 민주화 혁명의 주된 외침은 '독재! 퇴장!(Get Out! Must Go!)'이다. 아랍 시민들이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절박하게 독재자들의 퇴진을 외치고 있다. 튀니지의 진 엘아비딘 벤 알리 23년,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30년,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가 42년 독재다. 지겨울 만도 하다. 경제 실패가 시민 저항 불러 하지만 장기간의 독재정치 때문에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고 하기에는 설명이 부족하다. 시민들의 질풍노도와 같은 독재자 퇴진 요구는 그동안 쌓인 경제실패에 대한 불만에 독재 횡포에 대한 분노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왜 2011년 지금에야 독재자 퇴장을 외치는지 설명되지 않는다. 재스민 혁명을 이룬 튀니지의 국민소득은 3,700달러였고 정부의 과격한 단속에 항의하며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던 노점상 모하메드 부아지지는 대학을 졸업한 26세의 청년이었다. 튀니지의 전체 실업률은 11%였지만 청년 실업률은 30%에 달했다. 한편 로제타 혁명을 가져온 이집트의 경우 2010년 국민소득은 2,800달러에 불과했다. 세계은행 등에 따르면 이집트 실업률은 8.4%이지만 25세 미만의 청년 실업률은 28%에 이른다. 거기에 인구의 40%가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연명하고 있다. 식량가격 폭등에 대한 불만이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향했고 반정부 시위로 진화했다. 이렇게 흔히들 민주화 혁명의 원인을 장기독재ㆍ빈부격차ㆍ부정부패ㆍ실업 등으로 설명하지만 한마디로 근본원인은 경제적 실패의 지속이다. 부정부패가 있어도 그럭저럭 먹고 살만하면, 빈부격차가 심해도 일자리가 있다면 정권퇴진의 목소리는 잦아들게 마련이다. 과거 1980년대 중반 남미에서 동유럽으로 번진 민주화 제3의 물결의 결정적 계기는 군부 권위주의 정권의 외채위기와 경기침체였다. 마찬가지로 소련 제국의 몰락을 가져온 원인은 먹을거리 부족도 해결하지 못하는 경제적 실패를 페레스트로이카라는 정치개혁으로 슬쩍 넘어가려 했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천국'이라는 공산체제에서 노조가 결성되고 반정부 시위가 발생한 것은 외채누적과 중앙통제 경제의 실패 때문이었다. 반면 중국이 사회주의와 공산당 일당지배체제를 버틸 수 있는 이유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경제적 성공에 따른 생활수준의 향상이다. 13억명이 넘는 거대한 인구가 토해낼 배고픔에 대한 불만을 경찰력만으로는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이제부터 주목할 것은 민주화 이후이다.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정착 여부는 경제적 성공 여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집트는 로제타 혁명 이후 더 어려워지고 있다. 무바라크 대통령 퇴진 이후 정부부처ㆍ철도ㆍ우체국ㆍ언론사 등 거의 모든 기관들에서 '사장 퇴진'과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노조가 파업을 해 경제가 마비상태라고 한다. 리비아 역시 내전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민주화 시위가 끝나고 나서도 쉽게 경제회복을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민주주의 정착도 경제에 달려 아랍 민주화 혁명을 지켜보면서 2000년 '고난의 행군'을 끝냈다고는 하지만 만성적인 식량ㆍ에너지 부족, 3대 세습통치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에 민주화의 바람이 언제 불어닥칠지 기다려진다. 하지만 우리 경제 역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도 중요하지만 8.5%의 청년실업도 해결하고 4%가 넘는 물가상승도 잡아야 한다. 이래서는 40% 후반대의 이명박 대통령 지지도는 사상누각(砂上樓閣)이다. 정치를 잘 해야 경제가 살지만 역으로 경제가 제대로 돼야 정치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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