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이 잘려나간 고목위 양 비둘기가 서로 마주보며 뭔가 지지배배한다. 그뒤에는 탐스러운 모습의 모란들이 자태를 뽐내고, 앙상한 나뭇가지위에는 매화가 흐드러지게 폈다. 그 위에 아련히 달빛이 비친다. 우리네 토속적인 민화에서 자주 볼수있는 소재들이다. 색깔은 어떤가. 모란은 진한 꽃분홍색, 고목은 짙은 재색으로 두텁다. 매화는 하얀바탕에 분홍빛을 띠운다. 달은 노란색. 너무나 원색적이고 직설적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오래된 한옥집 안방 다락문짝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던 그림들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아파트 생활로 바뀌고, 많은 한옥들도 양식화 되면서 이러한 그림을 일상에서 만나는 것은 하늘에 별따기다.
홍익대 미대교수 김용철씨는 이러한 민화를 캔바스란 바탕위에 발광안료나 발색의 강렬한 화려함과 금속성의 혼합재료를 도입시켜 자신만의 독특한 조형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작가로 유명하다.
고양시 대화동의 LMC갤러리(대표 이용희)는 개관 기념 두번째 기획전으로 `김용철 초대전`을 9월3일까지 갖는다. 이번 전시에서 김작가는 올해 그린 작품 `화조도-모란과 매화`두 작품과 `봉황 2003`을 비롯해 그동안 작업해왔던 작품 10여점을 전시한다. 9월3일까지 (031)921-1214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