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中企현장] 올 생산·교역액 사상 최대… "제2 도약 발판 마련"

12·1조치 이후 1000일 맞는 개성 공단 <br>천안함 사태·5·24조치 딛고 국내기업 124개사 공장 가동<br>2008년 말보다 24%나 증가… 연말께 생산액 3억弗 넘을듯 <br>인력 확보는 여전히 어려워 일부 업체는 경영난 시달려



# 개성공단에서 자동차용 부품을 생산하는 대화연료펌프는 지난해 개성공단에서만 연간 2,4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전년 대비 10% 가량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성공단은 지난 2008년 남북관계 악화로 바이어 이탈 및 주문감소를 겪으며 가동률이 40%까지 떨어지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해외 바이어들의 주문량이 크게 늘며 가동률 또한 100% 가까이 상승했다. 유동옥 대화연료펌프 대표는 "한때 해외 바이어들이 남북관계 긴장을 이유로 등을 돌리기도 했지만 저렴한 인건비와 숙력된 인력을 바탕으로한 개성공단 제품의 경쟁력을 다시 신뢰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23일 금강산관광특구에 주재하던 현대아산 직원들이 북한측의 일방적인 시설폐쇄 및 추방조치로 철수하는 등 남북관계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아울러 2008년 12월 1일 북측이 남측 체류인원 제한 및 남북통행 제한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12ㆍ1조치'가 오는 27일로 1,000일째를 맞는다. 북측의 12ㆍ1조치는 지난 2009년 9월 해제됐다. 하지만 남북교류협력사업의 상징이기도 했던 개성공단이 바이어 이탈 및 경영 악화로 '가시밭길'을 걷기 시작했던 계기가 바로 12ㆍ1조치 이후라는 점에서 1,000일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이 기간 개성공단은 2010년 '천안함 사태' 및 그에 따른 남측 정부의 후속조치로 대북 장비 반출을 금지한 '5ㆍ24조치' 등 또 한번 시련을 겪었다. 지난해 11월엔 북측의 '서해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남북관계가 또다시 급랭하자, 행여 불똥이 튈까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속앓이를 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험난했던 1,000일 동안 숱한 위기를 넘겨왔던 만큼 남측 입주 기업들의 내공은 탄탄해졌다. 이를 뒷받침하듯 개성공단은 올해 사상 최대의 생산액과 교역액 등을 기록하며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현재 개성공단에 모두 123곳의 국내 기업들이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지난 2008년말 93곳에 비해 24%가량 증가한 수치다. 전체 생산액도 지난 2008년 2억5,142만 달러였지만 올해는 5월까지 이미 1억5,672만 달러를 기록해 연말이면 3억 달러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 의류제조업체 인디에프는 진출 초기인 3년 전 가동률이 25%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90%가까이 가동률이 올라갔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3년 정도 호흡을 맞추다 보니 북측 인력들이 숙련도가 향상, 품질 개선으로 바이어들에게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개성공단에서 위생마스크를 생산하는 에버그린 역시 지난 1ㆍ4분기 대비 지난 2ㆍ4분기에 공장 가동률이 15%포인트 더 상승하며 현재는 공장 가동률이 90~100%에 이르고 있다. 에버그린의 이승환 대표는 "지난 1,000일 동안 숱한 위기 속에서도 개성공단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학습효과'가 국내외 바이어들에게 어느 정도 자리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업체들은 여전히 인력확보의 어려움과 저조한 가동률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지난 2004년 시범단지를 시작으로 초기에 자리를 잡은 선발 업체들과 달리 지난 2008년 12ㆍ1조치를 전후로 공장을 준공한 후발 업체들의 경영난이 심각하다. 이들 기업들은 목표 인력의 절반 수준 밖에 공급받지 못해 저조한 공장 가동률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한국 정부의 5ㆍ24 조치 이후 추가 시설 확충 길이 막혀 경영압박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입주기업 관계자는 "노후 기계 교체 및 추가 시설투자가 가능하다면 현재 상황보다 매출이 50% 이상 늘어 나겠지만 현재로선 간신히 적자를 면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기업 관계자는 "원활한 인력 확보를 위해 통근버스를 마련했는데 (5ㆍ24조치로) 북측에 반출을 못해 1년 넘게 도라산역에 버스가 묶여 있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 개성공단 후발 입주기업을 중심으로 발족한 개성공단 기업책임자회의는 회원사 중 50곳의 동의를 받아 이달 내로 통일부 등 정책당국에 건의문을 전달할 계획이다. 건의문은 현재 후발업체들의 도산을 막기 위해 남북경협자금 등 정책자금 대출의 상환기한이나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의 보증기간을 늘려주는 등 금융지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회원사 관계자는 "평양 등 내륙진출기업에 대해서는 이미 교류협력추진위원회에서 결의해 금융지원 조치를 단행한 것으로 안다"며 "개성공단의 경우 잘나가는 선발업체와 도산 위기에 놓인 후발업체가 혼재돼 정부의 지원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조속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여러 우여곡절과 어려움 속에서도 여전히 개성공단이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시각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지식경제부의 조사에 따르면 개성공단의 월 최저임금은 63.8달러로 중국(112~135달러)이나 베트남(63~71달러)보다 인건비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10~14%의 세율을 적용하고 있는 반면 중국과 베트남은 각각 지난 2008년과 2009년부터 외국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을 폐지, 내국 기업과 동일한 25% 소득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장점을 반영하듯 지난 2009년 개성공단에 대한 전매제한이 폐지된 이후 현재까지 개성공단 내 공장 부지 중 10여건이 거래되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07년 3.3㎡당 14만9,000원에 분양됐던 부지가 3.3㎡당 30만원에 웃돈이 붙은 가격에 거래될 정도로 개성공단 입주를 희망하는 남측 기업인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게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설명이다. 조봉현 기업은행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개성공단은 여러 외부적인 어려움에도 불구 저렴한 인건비와 지리적 접근성, 동일 문화와 언어라는 다양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며 "최근 중국을 비롯한 베트남 지역의 인건비 상승 및 각종 규제 강화 여파로 생산기지로서 개성공단의 가치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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