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中·日등 '패자의 역습'… 한국産 점유율 슬금슬금 잠식

■ 주력산업 치킨게임 재연되나<br>도시바·엘피다등 D램 공격적 투자 선언 LCD도 증설경쟁 가열<br>가격싸움으로 번질땐 수익성 급속악화 우려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자 엘피다·마이크론등 해외 반도체 업체들이 올 들어 대규모 시설 투자를 통한 물량 증대에 나서 공급과잉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업체의 반도체 라인. /서울경제DB

글로벌 위기를 기회로 삼았던 한국 반도체와 LCD 업계가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해 있다. 국내 업체가 글로벌 1ㆍ2위를 다투며 통합 점유율 기준으로 과반을 점하고 있지만 그 위상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D램 점유율은 삼성과 하이닉스를 합쳐 지난해 3ㆍ4분기(아이서플라이 기준) 기준으로 57.2%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 반도체의 독주를 보여주는 것이다. 아이서플라이는 올해 세계 D램 시장 규모는 319억달러로 지난해보다 40.4%나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시장이 호전되면서 바닥을 헤매던 해외 경쟁업체들이 경쟁력을 회복하면서 한국 업체들의 반도체 점유율 하락과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1일 올해 반도체 업체 간 피 튀기는 경쟁이 예상된다며 이는 가격 낮추기 경쟁으로 연결돼 하반기에 반도체 경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시장조사기관인 D램익스체인지는 올해 세계 반도체 업체들의 D램 시설투자가 지난해보다 80%가량 늘어난 78억5,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관측했다. 도시바와 엘피다 등도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며 올해 공격적 투자를 선언했다. 낸드플래시 생산업체인 도시바는 최대 1,000억엔을 투자해 생산능력을 40% 이상 확대한다. 마이크론도 플래시메모리 전문 기업인 뉴모닉스를 인수하며 전열을 재정비했다. 한국에 뒤졌던 해외 경쟁업체들의 '패자의 역습'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도시바가 지난해 4ㆍ4분기 36.3%의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1위인 삼성전자와의 격차는 불과 1%포인트대로 좁혀진 상태다. 상승세를 보였던 반도체 가격도 하향 추세가 예견된다. 현재 DDR2 고정거래가는 지난해 10월 2.06달러에서 12월 2.38달러로 상승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하향 안정화가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실제 2월 상반기 고정거래가는 2.31달러로 1월의 2.38달러보다 내려간 상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 1위인 삼성전자는 나름대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겠지만 2~4위 등 중위권 경쟁이 가열되면서 한국 반도체 점유율이 상당 부분 잠식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반도체 협회의 한 관계자는 "올해 통합 점유율 6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하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다"고 설명했다. LCD 분야의 상황도 긍정적이지 않다. 디스플레이뱅크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통합 점유율은 49.1%로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장악한 상태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당장 LCD에서의 증설경쟁이 예사롭지 않다. 중국 시장을 놓고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한국과일본ㆍ대만ㆍ중국 등 4개국, 8개 업체가 공장을 짓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샤프는 올해 11세대 물량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장성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재 분위기라면 LCD 시장에서 치킨게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를 외면하면 결국 경쟁에서 도태되기 때문에 생존을 위한 LCD 업체들의 덩치 불리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세계 최대의 LCD 시장으로 부상하는 중국에서 국내 업체 한 곳이라도 공장을 짓지 못하게 된다면 삼성과 LG가 글로벌 1ㆍ2위를 다투는 구조가 무너질 여지가 다분하다. 이런 가운데 LCD 패널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TV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치킨게임에 따른 공급과잉이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디스플레이뱅크에 따르면 46인치 TV 기준 LCD 패널 값은 지난해 10월 457달러에서 11월 450달러로 하락했다. 올 1월에는 447달러, 2월에는 447달러로 약보합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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