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눈치보기 극심…'게릴라성 이동' 상반기내내 계속될듯

[돈 갈곳을 잃다] 금리·경기 불확실성에 규제 겹쳐 갈피 못잡아<br>공모주 청약 이어 투기등급 회사채까지 '기웃'<br>방향성 잡히면 부동산보다 증시회귀 가능성 커


최근의 자금흐름은 전반적인 경기상황에 비춰보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비정상적이다. 경제성장률이 5%를 넘는 등 전반적인 성장의 속도대로만 보면 주식ㆍ펀드 등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심해져야 함에도 정반대다. 이유는 하나, 돈의 흐름이 '선택'을 해야 하는 갈림길에 섰기 때문이다. 경기상황에 부합할 만큼 각 시장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섰기 때문에 또 한차례 오름세를 타기 위해서는 시장 주체들에게 확신을 주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돈의 흐름 역시 '선택의 불확실함'이라는 벽이 제거된 후에나 확실한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답한다. ◇가로 막혀 있는 장벽들=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금 시장의 모습은 전형적인 눈치보기"라고 규정했다. 주식과 부동산, 은행 수신 등 돈이 흐를 수 있는 모든 곳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현재의 자금시장은 ▦1년여 동안 이어지고 있는 기준금리 동결 ▦갈림길에 선 경기회복 움직임 ▦건설업을 중심으로 한 규제 등 크게 세 가지의 장벽에 가로 막혀 있다. 기준금리의 경우 2%의 저금리가 계속된 데 이어 김중수 한은 총재 부임 이후 '정부와의 공조' 의지가 더욱 강화되면서 저금리 체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시장의 일방적 기대가 확산되며 시중의 자금흐름을 더욱 왜곡시키고 있다. 채권금리가 수직 하락하고 CD금리가 뒤늦게 큰 폭으로 떨어지는 것도 이런 흐름 탓이다. 자연스럽게 은행의 수신금리도 2% 후반까지 떨어지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경기회복의 속도 또한 돈의 흐름을 가로막고 있다. 경기회복의 기운이 확연하게 나타난다면 출구전략에 대한 분명한 시그널로 인식될 수 있지만 지난 1월 이후 상승흐름이 다소 꺾이는 조짐을 보이면서 경제 주체들의 확신을 빼앗은 것이다. 황창중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센터장도 "최근 자금이 부동화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경기흐름의 방향성이 아직 뚜렷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금의 경기회복 수준을 대입하면 주가지수 1,700은 오히려 과도한 수준일 수 있고 좀더 레벨업이 되려면 확실한 회복의 시그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마지막 장벽은 정부의 규제다. 금리와 경기회복에 따라 주식시장 및 금융기관의 수신시장에서 투자자들이 갈림길에 섰다면 정부 규제와 구조조정 흐름은 부동산 시장을 가로막고 있다. 정부는 건설업 등의 경기에 못지않게 자산 버블을 막기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등은 계속 유지할 계획을 세웠다. 여기에 저축은행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를 막기 위해 정부가 관련 대출을 줄이면서 당분간 이를 통한 자금의 순환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최소 상반기까지는 게릴라성 자금흐름 이어질 것=이런 상황 속에서 깊어지고 있는 현상이 바로 자금의 '게릴라화'다. 대한생명 공모주 청약에 일반인 자금만 4조2,000억원이 들어간 데 이어 이달 예정된 삼성생명의 공모주 청약에도 5조원이 넘는 자금이 쏟아져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최근에는 투기 등급 회사채에까지 돈이 몰려들고 있다. 특히 이달 들어 은행 수신금리에 이어 저축은행을 비롯한 2금융권의 정기예금 금리까지 뚝뚝 떨어지면서 고금리에 익숙한 투자자들의 방황 심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연정 하나은행 압구정골드클럽 PB팀장은 "주가지수에 부담을 느끼는 투자자들이 리스크 및 수익률 면에서 주식형 펀드를 환매해 주식형 펀드와 일반 채권형 펀드의 중간 형태인 하이일드 채권펀드로 갈아타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대규모 펀드 환매 물량 역시 증시에 큰 폭의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 한 MMF 등의 은신처에서 쉽사리 빠져나오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당분간 전반적인 경기흐름이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고 기준금리도 움직이지 않는다고 볼 때 적어도 상반기 안에는 자금시장의 게릴라성 이동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향성 잡히면 증시로 길목 잡힐 듯=전문가들은 현재의 장벽이 제거될 경우 결국 종착역은 증시 쪽이 될 것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부동산 시장이 단기간에 현 수준보다 20%, 즉 글로벌 경제위기 직후인 지난해 상반기 수준까지 급락하지 않는 한 DTI 등의 규제를 풀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기회복과 함께 가뜩이나 인플레이션 심리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부동산 규제 완화는 곧 독배를 마시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자신할 수는 없지만 하반기 안에 DTI 규제가 풀리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이런 점에서 보면 경기회복과 함께 위험선호 심리가 다시 살아나면 자금이 증시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황 센터장은 "하반기에 들어가면서 경기가 다시 회복세를 타면 자금도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홍춘욱 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도 "주식시장의 경우 매도 피크가 다가오는 느낌이지만 피크를 넘어서면 다시 돈이 들어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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