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덩치냐 서비스냐" 논란속 민영화가 새판짜기 방향타 될듯

■ 은행산업 재편 4월大戰 불붙는다<br>"4강체제 안주 안돼"<br>몸집 불리기 보다는 서비스 경쟁에 무게… 주인 찾아주기도 거론<br>금융시장 질서 잡기 감독당국도 적극 나서야


"지금처럼 4대 주요 은행이 적당이 시장을 나눠먹는 체제에 안주하기보다는 은행들이 고객을 위해 열심히 경쟁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A금융지주사 고위관계자) 이르면 오는 4월부터 은행산업 재편의 서막이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그 방향을 놓고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함께 쏟아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높아진 우리나라의 경제위상에 걸맞은 초대형은행(메가뱅크)을 키워 세계시장에서 활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반면 실익 없이 은행 덩치만 키우기보다는 경영효율을 낼 수 있도록 금융시장의 경쟁구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쓴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때 메가뱅크론에 방점을 찍었던 금융감독 당국자들도 최근에는 '규모보다는 효율'이 중요하다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의 은행산업 새 판 짜기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는 오리무중인 상태. 다만 정부가 2ㆍ4분기 중 발표할 예정인 우리금융그룹 민영화 로드맵과 다음달 중순부터 단계적으로 구체화될 산은금융그룹의 민영화 전략이 은행권 새 판 짜기의 방향을 예고하는 방향타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안주하는 은행들 각성시켜야=금융전문가들은 다만 국내 은행산업 재편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든 국내 시장에 안주해온 은행들을 각성시키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대다수의 은행들은 과거 외환위기를 맞아 공적자금을 수혈 받아 부실자산을 털어냈고 이후 정부의 적극적인 독려로 잇따른 은행 간 인수합병(M&A)가 진행돼 한층 대형화됐다. 그러나 이런 M&A로 대형화됐지만 정작 고객 서비스의 질은 제자리걸음이라는 게 금융당국자들의 평가다. 금융당국의 고위관계자는 "외환위기는 물론이고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정부가 나서서 외화지급보증을 해주는 등 혜택을 입었음에도 은행들은 정작 생산적인 경쟁을 하지 않고 있다"며 "가산금리 등을 이용해 손쉽게 영업해 온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은행들 입장은 다르다. 은행이 일정 부분 수익을 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으며 각종 규제와 감시로 상식밖의 폭리를 취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은행들도 국내 은행권의 체제와 경쟁구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B금융지주사의 한 관계자는 "사실 한동안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은행이 4강 체제를 이루며 경쟁을 벌여왔는데 앞으로는 경쟁이 더 치열해져 출혈경쟁이 나타날 것"이라며 "지금까지 은행산업이나 소비자권익 측면에서 별다른 진전이 없었는데 앞으로는 대형 은행이 앞서고 중간급ㆍ소형급 등 체급별로 은행을 나눠 실질적인 경쟁을 이루게 할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인 찾아주기가 해답(?)=금융권 일각에서는 은행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내 은행의 주인 찾기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은행들의 주인이 없는데다 외부에서 영입된 지주 최고경영자(CEO)들은 단기성적에 매달리지 않을 수 없다 보니 무리한 영업과 투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은행에 주인이 생기면 중장기적인 성장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는 논리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금산분리정책 완화가 거론되기도 한다. 삼성과 같은 대기업에서 은행을 인수해 해외진출 등을 추진하면 우리나라에도 제대로 된 은행이 나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는 대기업의 보유현금이 많아 은행 대출을 쓰지 않고 직접 회사채를 발행해 조달하는 금리가 은행대출 비용보다 적어 '사금고'처럼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단서가 따른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전직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씨티 등 해외 대형금융기관도 지분이 다 쪼개져 있어 사실상 주인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은행이 소형일 때는 주인이 있다는 게 가능하지만 증자를 통해 덩치가 엄청나게 커지게 되면 주인개념은 없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은 차별화가 안 되는 게 가장 큰 문제지 주인이 없다는 것은 다음 문제"라며 "대기업이 은행을 소유하게 되면 한쪽으로 너무 쏠리게 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감독당국 제 역할해야=결국 현 상황에서 은행들의 경쟁력과 고객들의 권익을 높이기 위해서는 감독당국이 적극적으로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미 국내 은행 시장은 과점상태이기 때문에 경기가 호황일 때는 서로 경쟁하지만 불황기에 접어들면 경쟁을 멈추고 소비자에 관련 비용을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감독당국이 적극 나서서 금융시장의 질서를 잡아줘야 한다는 얘기다. '메가뱅크' 논의도 이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이럴 경우 현재 은행들이 과점시장의 폐해를 보여주고 있는데 더 큰 은행이 출현하게 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는 주장이 뒤따른다. 김상조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은행들은 시장이 과점화되면서 좋을 때는 경쟁하고 어려울 때는 서로 담합하는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며 "일반 예금자들은 거대 은행을 사실상 감시할 수 없기 때문에 감독당국이 책임을 지고 은행을 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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