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채권시장 풍향계] 과매도 틈탄 큰손 매수 발생땐 강세

박성진 삼성자산운용 채권운용팀장


연초부터 물가를 둘러싸고 여론의 포화가 시작되자 정책금리가 시장의 예상과 달리 인상됐다. 시장금리(수익률)는 국고채 3년물 기준으로 지난해 말의 3.38%에서 3.81%로 상승했다. 2년 만기 통안증권 금리도 3.85%로 상승했으니 연초 이후 금리상승세가 매우 가파르다. 1년 만기 통안증권은 3.45%인데 벌써 이정도 수준은 향후 1년간 기준금리가 1%포인트 이상 추가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내포하고 있는 샘이다. 이정도 되면 채권시장은 그야말로 ‘유혈이 낭자한’분위기여야 할 것이지만 실상 지금 시장분위기는 이상할 정도로 평안하다. RP(환매조건부채권)상품 때문에 채권 보유비중이 급증한 증권사들의 경우 통상 시장금리가 이정도 상승하면 보유채권의 평가손실로 일시적으로 적자를 기록하는 것이 당연할 텐데도 별로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시장 참가자들 대부분이 미리미리 포지션을 가볍게 비워 놓았다는 증거다. 전주말 한국은행 노조는 한은의 독립성을 성토하기도 했는데 이 때문인지 통화정책의 분위기도 요즈음 추위만큼이나 썰렁할 듯 하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해보면 지금의 금리수준은 시장참가자들이 멀찌감치 시장에서 도망친 결과이므로 ‘과매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채권은 금리가 떨어져서 돈을 번다고 버는 게 아닐 수 있고(앞으로는 낮은 금리의 이자 밖에 받지 못하므로), 금리가 올라서 돈을 잃는다고 잃는 게 아닐 수 있다(앞으로 높을 금리의 이자를 받을 수 있으므로). 이러한 과매도 상태에서 외국인이나 몇몇 시장의 큰손들이 특히 5년이나 10년 만기 채권에 비해 금리가 훨씬 더 많이 상승한 2~3년 만기 채권의 높은 상대가치를 겨냥해 매수한다던가 기관들의 보유수요가 발생한다면 연초 이후 처음으로 강세를 보이게 될 한주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장기간의 설 연휴 동안 채권을 비워 놓음으로써 발생하는 기회손실을 감안해서라도 채권보유 수요가 조심스러우나마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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