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리빙 앤 조이] 눈 홀리는 여주窯 입 홀리는 여주米

임금님 진상미 실어 나르던 황포 돛배 '유유자적' <br>도자기 감상하고 신륵사서 참배

옛날 여주의 특산물인 쌀을 운송하던 황포돛배가 지금은 유람선으로 운행하고 있어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주5일 근무제가 널리 시행되고 있지만 일에 매달리다 보면 1박2일짜리 여행 한 번 다녀오기 어려운 게 도시 직장인들의 현실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기로서니, 이 좋은 날씨에 봄나들이 한 번 안 하고 지나가기엔 섭섭한 일이 아닌가. 운전 오래 안 해도 되고, 반 나절 정도에 좋은 구경 많이 할 수 있는 곳은 없을까라고 생각한다면 경기도 여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각박한 도시 생활 속에서 생활의 여유를 찾기 좋은 당일 여행 코스가 봄철 여주다. 옛날 농업 사회의 민중들은 일년에 한 차례 정도 시간을 내 가까운 절 구경을 가거나, 강을 찾아 물구경을 하는 게 관광의 전부였다고 한다. 여주는 유명한 절도 있고 널찍한 남한강도 있어 예부터 경기도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여주를 대표하는 생산물은 쌀이다. 여주 평야에서 생산된 쌀은 과거 임금에게 바치는 진상미로 쓰였을 만큼 밥맛이 좋았다. 지금도 여주군의 산업 구성은 농업이 30~40%를 차지하며 경제인구 중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60~70%에 달한다. 분지 지대인 여주는 여름의 무더위를 좋아하고 바람을 싫어하는 벼의 생육에 잘 맞는 기후 조건을 가진 곳이다. 여주는 또한 남한강의 수운(水運)이 발달한 지리적 여건 덕분에 경기도 남부 쌀의 집산지이기도 했다. 옛날, 여주 조포에서 서울 마포까지 쌀을 운송하던 배가 황포돛배다. 말 그대로 누런 돛을 단 배가 바람을 타고 한강을 따라 쌀을 실어 날랐다. 지금의 황포 돛배는 관광 상품으로 개발돼 유람선으로 운행하는데, 돛 올린 목선을 타고 넉넉한 남한강을 한 바퀴 도는 맛이 그럴싸하다. 여주에는 도자기의 역사도 생생히 살아있다. 현재 여주 도예촌에서는 600개가 넘는 업체가 전통자기와, 생활자기, 예술자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매년 ‘여주도자기박람회’가 열리고 2년에 한 번씩은 ‘여주도자기비엔날레’라는 이름으로 국제 전시회가 열릴 만큼 한국 도자기의 맥이 살아 숨쉬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여주 보다 관요(官窯)가 있던 경기도 광주가 도자기로 더 유명했다고 전해진다.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도공들도 주로 광주의 장인들이었다. 그러다 일제강점기 때 총독부가 여주에 요업연구소를 세운 뒤부터 여주와 광주의 위상이 역전됐다. 깨끗한 물, 풍부한 땔감(소나무), 질 좋은 고령토라는 세 가지 필수 재료가 풍부한 여주는 이후에도 각지의 장인들이 몰려들어 한국 도자기의 예술성을 더욱 발전시켰다. 그 결과, 수입산 고령토를 빚어 개스ㆍ전기 가마에 도자기를 굽는 요즘 세상에도 여전히 여주가 한국 도자기 문화를 대표하게 됐다. 특히 생활도자기 판매량은 광주와 이천을 크게 앞선다. 여주에 들렀다면 신륵사(神勒寺)를 들려야 한다. 신라 진평왕 때 원효가 세운 절인데, 고려 공민왕의 왕사였던 나옹화상이 생애를 마친 곳으로 더 유명하다. 신륵사는 나옹화상의 제자였던 무학대사가 스승을 기리기 위해 세운 석종, 석등과 세종의 며느리가 시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세운 탑이 특히 볼만하다. 일부 탑과 비석엔 외국서 건너온 대리석이 재료로 사용됐는데, 값비싼 대리석은 당시 활발했던 해상 무역과 강한 권력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길을 떠나기 전, 여주 여행의 마무리는 막국수로 속을 채우는 것을 추천한다. 막국수하면 춘천이지, 여주에서 웬 막국수를 찾느냐고 한다면 한참 틀린 말이다. 동쪽으로 강원도와 인접한 여주는 예부터 교통의 요지인지라 강원도 음식 막국수가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여주군 천서리 막국수 단지에서는 돼지 수육과 여주 막국수를 맛볼 수 있는데 첫 맛은 춘천 막국수보다 덜 맵지만 먹고 난 뒤 몇 시간 동안 속이 얼얼할 정도로 여운이 남는 매운 맛이 여주 막국수의 특징이다. 여주에서 이걸 놓치지 마세요!
남한강 쏘가리 매운탕 '정력' 에 최고
▦강천매운탕 남한강에서 잡아올린 쏘가리와 메기로 끓인 매운탕은 여주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다. 쏘가리와 메기는 워낙 귀한 민물 어종이라 이곳에서도 흔한 음식은 아니지만, 여주에 왔다면 소주 한 잔 곁들여 즐겨볼 만하다. 특히 힘 좋고 미끌미끌한 쏘가리는 남성에게 특히 좋은 고기로 알려져 있다. 민물 새우를 넉넉히 넣고 끓여낸 국물 맛이 일품이다. 강천매운탕은 어부가 운영하는 집이라 현지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031)882-5191 도예 아티스트 이명균씨 작품 전시
▦예문방 다기 아티스트 이명균 씨의 분청사기 도예연구소다. 직접 디자인한 다기류를 전통가마에서 구워내 전시ㆍ판매한다. 한국 도자기의 예술성에 대한 이 씨의 설명을 직접 들을 수 있다. 한국 전통 가마를 직접 구경할 수도 있는 곳이다. (031)884-3230 어린이들을 위해 만든 아름다운 꽃동산
▦해여림식물원 6만 평 임야에 4000종의 식물을 심은 꽃동산이다. 아동도서로 유명한 예림당의 나춘호 회장이 “어린이들 덕분에 사업에 성공했으니 어린이들에게 물려줄 것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만든 식물원. 원래 제대로 된 식물도감을 펴내기 위해 하나 둘씩 식물을 심어 기르던 것이 확대돼 대형 식물 테마파크로 지난해 탄생했다. 온갖 꽃이 만발하는 4월 말부터 5월말까지가 가장 볼만하다. ‘해여림’은 ‘온종일 해가 머무는 여주의 아름다운 숲(林)’이란 뜻이다. (031)882-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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