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증시 대폭락"회계부정 아직 소화안돼 美주가 더 하락"
"뉴욕 금융시장이 기업들의 회계부정 사건을 소화해낼 때까지 주가가 하락할 것입니다. 미국 경제가 완전하게 회복하려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달러화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에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에 현 수준에서 5~10% 더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뉴욕 증시가 보름째 폭락세를 거듭하면서 달러 하락을 동반, 미국 금융시장이 공황 위기로 치닫고 있다. 뉴욕 월가의 대표적 투자회사인 골드만 삭스의 로버트 호매츠 부회장을 만나 미국 경제를 진단하고,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들어보았다.
그는 "뉴욕 증시의 바닥 형성 여부는 기업 불신에 대한 시장 소화력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호매츠 부회장은 "미국의 금융시장 불안이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한국은 내수 시장이 발달해 있고, 기업들이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심각한 상황으로 몰아넣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한국 기업들의 투명성이 상당히 개선됐지만, 기업 구조개선과 투명성 확보에 보다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최근 뉴욕 증시가 2주째 폭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무엇입니까.
▦크게 세가지 요인을 들 수 있습니다. 첫째는 미국 경제 회복의 속도가 늦어질 것에 대한 우려이고, 둘째는 기업 수익이 낮게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셋째로 회계 문제와 기업 지배구조의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 뉴욕 증시가 얼마나 더 떨어질 것으로 봅니까.
▦더 하락할 것으로 봅니다. 주가를 예측하기란 힘든 일이긴 합니다만, 기업들이 회계를 수정하고, 회계 문제가 더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문제는 시장이 회계 부정 사건을 소화할 것인지, 그렇지 않은지에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시장이 소화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제약회사 머크의 회계 누락(외상매출)은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머크의 회계 문제에 투자자들을 아주 민감하게 대응하고,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3년 전으로 되돌아가면, 그런 회계방식은 중요하지 않은 문제였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자그마한 문제도 시장에 크게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비록 경제적으로 충격은 주지 않더라도 심리적으로 시장에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 주가수익률(PER)이 높다는 주장도 있습니다만.
▦그것도 주가 하락의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경제가 좋으면 수익이 좋아지기 때문에 PER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지금 주요 기업들이 수익이 나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익에 비해 주가가 높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경기가 상승할 때 많은 사람들은 PER을 무시합니다. 경제가 나쁘기 때문에 PER이 문제되는 것입니다.
- 미국 금융시장이 심각한 '신용의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현재의 주가 폭락은 90년대의 장기 호황에 따른 거품 붕괴로 봅니까.
▦그렇게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현재 금융시장이 거품이 붕괴되는 것처럼 보이긴 합니다.
90년대에 산업 부분에 설비 과잉이 발생했고, 이제 그 격차가 붕괴되는 것처럼 보이긴 합니다. 거품이 붕괴될 때 그 격차가 메워지는 과정에서 많은 일이 발생합니다.
과잉 설비를 줄여야 하고, 부풀려진 회계를 메워야 합니다. 이런 것들을 진정시키는 과정에서 시장이 충격을 받게 됩니다. 그렇지만 현재의 시장 변화는 좀더 면밀하게 지켜보아야 할 일입니다.
-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기업 부정 해결방안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시장은 구두 발언에 의해 움직이지 않고, 실천을 요구합니다. 시장은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무부가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기다리고 지켜볼 것입니다.
시장은 정부의 신뢰성(government credibility)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시장이 원하는 것은 세가지 요소입니다. 첫째 기업부문이고, 둘째 금융부문, 셋째 정부 부문입니다. 기업 부문에서는 보다 투명한 회계 원칙을 세우고, 감시할수 있는 기능을 수립하느냐 하는 것이며, 금융부문에서는 애널리스트들의 분석활동에 대한 규제입니다.
현시점에서 최대의 관심은 정부 부문입니다. 행정부와 의회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공은 다시 기업과 금융부문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 올들어 달러가 크게 하락했습니다. 원인과 전망을 말해주십시오.
▦달러 하락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첫째 달러가 그동안 지나치게 강했고, 고평가 돼 있었습니다.
둘째 뉴욕 증시가 하락하면서 미국의 투자환경이 약해졌고, 셋째로 채권 수익률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넷째 기업 회계 문제가 확산되고, 다섯째 투가 테러에 대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 투자를 줄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달러는 더 떨어질 것으로 봅니다. 저의 생각으로는 5~10% 더 하락할 것으로 봅니다.
- 달러 하락이 미국에 득이 되는 점도 있질 않습니까.
▦수출 경쟁력이 커지고, 제조업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 미국이 회계 문제로 세계 지도력을 잃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을 다시 찾기 위해서는 경제를 회복시키고, 신뢰도를 높이고,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해결책입니다. 기업과 금융부문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해결방법의 하나일 것입니다.
- 미국 경제가 지난 1ㆍ4분기에 강력하게 회복하다가 다시 기력을 잃고 있습니다. 언제 완전하게 회복할 것으로 봅니까.
▦기업 부문이 아주 취약합니다. 적어도 연내에는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내년에 가야 완전한 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봅니다.
- 미국 경제 불안이 한국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글쎄요. 과거 5년전 같았으면 크게 영향을 받았을 것입니다. 물론 미국이 한국에 있어 큰 시장이므로 미국의 경제 불안은 한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지만, 그렇게 심각하게 다가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한국이 내수 시장을 확대하면서 수출비중을 줄였기 때문입니다. 수출 분야에서도 D램 등 기술분야가 미국 경기 회복 지연의 영향을 받겠지만, 그다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한국 기업은 국제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봅니다.
- 지난 97년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었을 때 한국 정부의 자문역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5년전과 현재의 한국 경제를 비교해주시지요.
▦한국 경제는 그동안 온 국민이 단결해 경제개혁을 단행, 성공했습니다. 경제 위기에 처한 국가가 어떤 길을 걷는가는 크게 두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위기에 빠지면 사회가 혼란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이고, 또 다른 케이스는 국민들이 함께 하면서 경제를 다이내믹하게 개선하는 경우입니다.
한국은 경제위기를 맞아 경제와 정치적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테스트받았으나, 성공한 두번째의 모델로 부상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반대의 경우로, 정치 갈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위기 당시 권력 교체기였는데, 정부가 강력한 힘을 발휘해 경제를 운용했고, 아르헨티나와 같은 지방정부와의 갈등이 없었습니다. 이런 점들이 국제사회에 신뢰를 얻었습니다.
한국 정부의 경제 개혁은 대단히 성공적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경제개혁의 강력한 옹호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IMF 위기때 한국 국민은 대단히 훌륭햇고, 매우 능력있는 국민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 올해 말에 한국에는 대선이 있는데,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봅니까.
▦어느 후보가 당선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정부가 현 정부의 경제개혁 정책을 지속하지 않는다면 깜짝 놀랄 일이 될 것입니다. 현재의 경제정책이 성공했기 때문에 다음 정부도 개혁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에 영국 런던에서 전윤철 재경부 장관을 만난 일이 있는데, 그는 현정부의 정책을 여당과 야당에게 동시에 보고하고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마 다음 정부도 현정부와 비슷한 경제정책을 취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기업 지배구조와 회계 투명성과 관련해 한국에 더 필요한 것이 있습니까.
▦한국은 5년전에 이 문제가 크게 부각됐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주 긍정적으로 개선됐다고 봅니다. 하지만 기업이 투명하면 할수록 좋습니다. 보다 개선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은행 구조개혁도 더 진행해야 합니다.
- 최근 일본 정부가 경기 회복을 선언했는데, 이 회복이 지속할 것으로 봅니까.
▦회복의 조짐은 보입니다. 산업 주문이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문점은 이 회복이 얼마나 지속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일본 소비자들은 아직 조심스러워하고, 기업들도 투자를 재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1ㆍ4분기엔 일본 경제가 빠른 성장세를 보였으나, 앞으로는 그런 성장세를 지속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금융기관의 악성 부채의 문제도 여전합니다. 지속적인 개혁을 단행하지 않으면 금융 부실의 문제는 언제라도 문제로 다시 떠오를 것입니다.
- 일본과 미국 회사들이 조립라인을 중국으로 옮겨가고,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사우디 아라비아가 세계 원유 시장을 쥐고 있는 것처럼,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국은 아주 빠르게 성공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일본이나 한국과는 다른 경제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이나 필리핀, 말레이지아에서 만들어지는 부품을 중국에서 조립하는 형태의 분업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중국의 발전을 도전이자 좋은 기회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렇지만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훨씬 우세합니다.
- 중국이 민주화과정에서 큰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질 않습니까.
▦물론 정치적 문제가 발생할 소지는 있습니다. 중국 인민들이 정치에 참여할 기회가 적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볼 때 중국은 당분간 정치적, 경제적으로 빠르게 발전할 것이고, 시장이 개방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뉴욕=김인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