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정에서 제기된 미국 측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의약품의 건강보험 선별등재방식(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을 강행한다고 밝혔다. 9월 미국에서 열리는 3차 한미 FTA 협상을 앞두고 복지부가 이처럼 제도개정을 밀어붙이기로 함에 따라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복지부는 25일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 도입을 담은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26일자로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효능을 인정받은 신약이라도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고 가격 대비 효과가 우수한 의약품만 보험을 적용해 건강보험 재정을 건전화하는 게 시급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 측의 반발을 고려해 통상 20일인 입법예고기간을 60일로 늘려 오는 9월24일까지로 정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 기간에 미국이 이의를 제기할 경우 반영 가능한 부분을 최대한 수용, 이르면 10월 말부터 새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은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 도입 입법 절차는 물론 입법 시기까지 FTA 협상에서 다루자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9월4일부터 미국 시애틀에서 열리는 3차 한미 FTA 협상이 2차 협상 때처럼 의약품 문제로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복지부가 마련한 개정안에 따르면 의약품 제조업자나 수입자가 신규 의약품을 건강보험의 급여대상으로 적용받기 원할 경우 자율적으로 신청해야 한다. 해당 의약품의 건강보험 적용 여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설치되는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경제성과 급여의 적정성, 급여기준 등에 대한 평가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 특히 신약의 경우 경제성 평가를 받은 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별도의 약가 협상을 벌여야 한다. 다만 건강보험 적용을 신청하지 않은 의약품 가운데 환자 진료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제품에 대해서는 복지부 내에 설치되는 약제급여조정위원회에서 심의ㆍ조정 후 고시할 수 있게 했다. 복지부는 이미 건강보험 적용을 받고 있는 의약품 2만2,000여개에 대해서는 오는 2011년까지 단계적으로 신약과 동일한 방식으로 평가를 거쳐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복지부가 ‘정책 주권’을 명분으로 다국적 제약사와 미국의 반발을 무릅쓰고 제도개선을 강행하기로 함에 따라 3차 한미 FTA 협상에서 이 문제가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아직까지 복지부에 자신들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며 최대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의약품 분야에 대해 한국을 압박해올 것으로 예상된다.